어머니를 떠나보낸 자식의 마음은 당이 달라도, 소속이 달라도 모두 같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30일 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남천성당을 찾아 문 대통령을 위로한 후 “어머니의 사랑은 영원한 구원”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문 후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도, 황 대표도 문 대통령에 앞서 어머니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기에 어머니 영정 곁을 지키는 문 대통령을 진심으로 위로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6시 53분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시민행동 소통버스’라는 문구가 적힌 버스를 타고서 빈소에 도착해 조문했다.
이날 아침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일동이 보낸 화환은 빈소로 반입되지 못하고 돌려 보내졌지만 문 대통령은 이들을 안으로 들였다. 문 대통령은 저녁 식사를 하는 이 총리 일행을 상주로서 곁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지난 해 어머니 잃은 이총리 “대통령, 차분하셨다”
이 총리는 빈소를 나온 후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은 편안하고 차분하셨다. ‘어머님께서 편안한 상태로 주무셨다’고 말씀하셨고, 그동안 문 대통령과 어머님 사이에 있었던 여러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국정에 대한 당부가 나오지 않았나’라는 물음에는 “그런 것까지는 없었지만, 저희가 몇 가지 보고를 드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한일관계 등에 대해 약간의 말씀을 나눴다”며 “이미 대통령도 다 알고 계신 것들”이라고 말했다.
또 이 총리는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온 후 늦은 밤 개인 소셜네트워크계정(SNS)에 “어머님을 여의신 대통령님께 조용히 조문을 드렸습니다. 고인의 생애를 생각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총리는 지난 해 3월 어머니 진소임 여사와 영원히 이별했다. 당시 이 총리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 아침 예정대로 국무회의를 주재한 후 빈소로 이동했다. 이 총리는 어머니 생전 형제자매들과 함께 자식들의 마음을 담은 수필집 ‘어머니의 추억’을 내기도 했다.
황대표 “내려오면서 어머니 돌아가실 때 기억나”
황 대표는 이 총리보다 25분 정도 먼저 빈소를 찾았다. 황 대표는 조문 후 “고인의 소천에 대해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한다”며 “강 여사께서는 6·25 전쟁 당시 흥남 철수 때 대한민국으로 내려오셔서 엄혹한 시기에 연탄배달도 하고 계란 행상도 하며 어렵게 자녀들을 키우셨다고 들었다. 고인의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저도 내려오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가 기억이 났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어머니를 잃은 아들의 마음은 동일할 것이다. 문 대통령도 마음이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황 대표는 기자들이 ‘정국 현안에 대한 얘기를 나눴나’라고 묻자 “이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국정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조용한 가족장을 치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조차도 조문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야당 대표들마저 거절할 수 는 없었다. 이날 오전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시작으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차례로 빈소를 찾아 문 대통령을 위로했다.
/정영현기자, 부산=김인엽기자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