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계 AI 핵심인재 500명중 한국 7명뿐...학과정원 늘리고 교수겸직 허용해야

[교육개혁이 미래다-지금 대학은 AI 인재대란]

中은 과감한 투자로 65명 포함...美 이어 2위 올라

日·英 등은 인력 양성에 연구소 국제화·자금 지원

정부도 뒤늦게 예산 1.7조로 증액·AI 국가전략 준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콘퍼런스 ‘데뷰(DEVIEW) 2019’에서 인공지능 관련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콘퍼런스 ‘데뷰(DEVIEW) 2019’에서 인공지능 관련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고등교육기관 AI 혁신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AI+X’ 복합전공 육성 계획을 통해 융합형 AI 인재를 양성하고 오는 2020년까지 AI 복합전공 학과 100개, AI 학교·연구소·교차연구센터 50개를 개설하는 것이 골자다. ‘천인계획(千人計劃)’을 통해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기본연봉에 생활보조금(약 8,500만~1억7,000만원), 연구자금(약 1억7,000만~8억5,000만원) 등을 지원해 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해외 박사급 중국 인재를 국내로 끌어들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AI 상위 전문가 500명 가운데 중국은 65명이나 포함돼 미국(73명)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도 올 3월 ‘AI 전략 2019’를 발표해 AI 인력 25만명 육성과 해외 인재 정착을 위한 연구기관의 국제화 추진 계획을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 발간한 ‘AI 전략 보고서’를 기반으로 여성·소수인종에 대한 박사과정 국비 지원, 특별비자 발급 확대 등의 정책을 통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전방위 정책수단을 통해 AI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전략 없이 민간에서 ‘각개전투’ 식으로 인재 영입에 나서다 보니 성과를 내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태를 인식하고 우리나라도 AI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올해 1조1,000억원이던 데이터·AI 분야 예산을 내년에는 1조7,000억원으로 대폭 증액하고 올해 안에 ‘AI 국가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로 AI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를 경쟁력 강화로 연결시키지 못한 만큼 이번 대책에는 인재 유치 및 양성을 위한 ‘역대급 규제혁파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장 시급한 것이 대학교수의 겸직 허용이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은 대학교수들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 대학은 줄 수 있는 연봉이 한계가 있는 만큼 최고급 인재를 유치하려면 기업 겸직을 허용해 충분한 보수를 받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정송 KAIST AI대학원 원장은 “해외에서 활동 중인 AI 최고급 인재들은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 소속돼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따로 받는다”며 “국내에서 교수직만 하게 되면 연봉이 절반 이하로 줄기 때문에 겸직 허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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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강남구 코엑스에서 인공지능 콘퍼런스 ‘데뷰(DEVIEW) 2019’에 참석해 사족보행 로봇 ‘미니치타’를 앞에 두고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강남구 코엑스에서 인공지능 콘퍼런스 ‘데뷰(DEVIEW) 2019’에 참석해 사족보행 로봇 ‘미니치타’를 앞에 두고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도 “해외 교수들이 한국에 오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보수”라며 “대학이 고액의 연봉을 주고 데려오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겸직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이 대학과 기업에 함께 소속되면 대학 내 창업이 더 활성화되고 AI 생태계도 보다 빨리 조성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I 시대를 이끌 인재를 키우기 위한 대학 정원 규제도 손질해야 한다. 그동안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들은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데 제한을 받았다. 총량제 때문에 일반 학과를 신설하거나 정원을 늘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알파고 이슈 이후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겠다는 지원자가 부쩍 늘고 있지만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은 2005년부터 15년째 55명으로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미국 스탠퍼드대의 컴퓨터학과 학부 정원은 현재 750명 수준으로 지난 10년간 5배 늘었다.

규제철폐뿐 아니라 초특급 해외 인재들을 유인할 연구환경 조성도 고민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으로 선정된 ‘광주시 AI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많은 인재 유치에 성공할지 의문을 제기한다. AI를 연구하는 한 대학교수는 “균형발전 측면에서 필요할 수 있어도 과연 세계적인 인력들이 광주에 와서 살지 의문”이라며 “해외 인재들이 어느 곳에서 거주하면서 연구를 하고 싶어하는지 선호도를 파악해 전략적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관학 간의 적극적인 협력도 필요하다. 김용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석박사급 고급인력 육성과 함께 기존 종사자들의 재교육을 통한 수준별 인력 양성을 통해 기업의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개발, 산학협력을 통한 공동연구, 인턴십 운영 등을 통해 실무능력을 갖춘 AI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인력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고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창업 관련 규제 개선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이미지.인공지능 이미지.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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