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은 기존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 투자를 넘어 대학들의 AI 연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학의 AI 연구에 업무협약(MOU)을 맺거나 직접투자를 하며 기업들은 대학과도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만 현재 국내 AI 기술을 선도하는 SK텔레콤·삼성전자 등은 아직 MOU 체결 단계에만 머물고 있어 앞으로 더 적극적인 직접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규모의 돈을 대학의 AI 연구 지원에 투입하는 중이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2017년 10월부터 3년간 1,000억 위안(약 17조원)을 투자해 전세계 대학과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알리바바는 다모(DAMO) 아카데미를 세계 각지에 세우고 대학과 협력하는 산학 연계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구글도 스탠퍼드대 등 미국 내 대학들은 물론 전세계 대학들의 AI 연구 현황을 살펴보며 재정적 지원을 보태고 있다. 지난 7월 서울대에도 AI 연구와 관련 최대 4억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에선 동원산업이 이달 10일 한양대에 30억원을 기부하고 AI 솔루션센터인 ‘한양AI솔루션센터’를 설립한 사례가 있지만 SK텔레콤·삼성전자 등 국내 AI 기술을 선도하는 대기업은 대학의 AI 연구에 아직은 MOU만 맺으며 형식적 관계를 쌓는 데 그쳤다. 일례로 SK텔레콤은 서강대와 AI 전문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협력 MOU를 7월 체결해 이번 가을 학기부터는 서강대에서 AI 연계전공과 컴퓨터공학과 학부 정규 과정 등에 과목을 신설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대학 간 산학협력은 ‘생색내기’에 그쳐선 안 되고 기업의 직접투자까지 이어져 대학의 AI 연구가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지능콘텐츠연구팀장은 “기업은 구체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 한 직접투자를 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따라서 MOU 체결을 통해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대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또 “단지 AI 연구가 추세라고 해서 단순히 MOU만 체결하지 않고, 성과가 있는 연구생을 향후 기업에 적극 채용하거나, 기업이 연구생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또 해외 관련학회에 보내주는 등의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