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외부기관에 파견된 검사를 전원 복귀시키겠다고 선언하면서 국제 공조수사 차질과 국제기구 협상력 약화를 우려하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원칙대로 국제기구와 재외공관에 파견된 검사까지 복귀시키겠다는 입장이어서 인사권을 쥔 법무부의 고민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외부기관 파견검사는 모두 37곳에 57명이다. 금융감독원·국가정보원·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 정부부처나 국책연구기관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법무행정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부부처가 법무부에 파견을 요청하면 대검찰청을 통해 검사를 파견하는 식이다.
하지만 해외 파견검사까지 복귀 대상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제기구나 재외공관에 파견된 검사도 14명에 달한다. 국제기구로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등이 있고 주미국대사관·주중국대사관·주제네바대표부 등 재외공관에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파견하고 있다.
앞서 대검은 지난달 초 자체 검찰개혁안의 일환으로 외부기관에 파견된 검사를 전원 복귀시키겠다고 밝혔다. 파견검사를 일선 검찰청 형사부와 공판부에 배치해 민생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으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는 취지다. 대검은 해외 파견검사도 원칙적으로 전원 복귀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해외 파견검사가 전원 검찰에 복귀하면 국제 공조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갈수록 국제범죄의 수법이 다양화하고 치밀해지고 있지만 전적으로 해외 수사기관의 협조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검찰이 재벌가 자제의 마약범죄를 잇따라 적발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해외 파견검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해외에 유령회사 등을 설립해 세금을 탈루하는 국제 경제범죄 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검찰이 인지수사 방식으로 대규모 해외 경제범죄 사범을 적발해왔다는 점에서 수사 동력의 약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간 검찰이 구축한 국제기구와의 인적 네트워크와 협력관계가 단절될 경우 자칫 ‘국내용 수사기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법무부는 검찰의 파견검사 전원복귀라는 방침을 존중한다면서도 이에 따른 영향과 실익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15일에는 외부기관에 파견된 검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파견이 필요한 이유를 제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검사를 파견받은 정부기관 중 일부는 검찰의 법률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파견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제기구와 재외공관에 파견된 검사까지 전원 복귀할 경우 여러모로 손실이 크기에 과거 청와대 파견검사를 폐지한 방식을 답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67년부터 시행된 검사의 청와대 파견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회는 1996년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사의 청와대 파견근무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에 검찰 퇴직 후 청와대에 근무했다가 다시 경력직으로 검찰에 복귀하는 편법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터넷 등을 통해 은밀하게 유통되는 마약이나 음란물 등은 신속한 수사와 공조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지에서 유기적으로 지원해주는 인력이 없으면 사실상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외부기관 파견검사 제도가 ‘검사 줄 세우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해외에 파견된 검사까지 복귀시키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