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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제국과 건강]신자유주의 동맹으로부터 건강을 지켜라

■하워드 웨이츠킨 지음, 나름북스 펴냄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설립한 록펠러재단은 구충병, 말라리아, 황열병 같은 감염병 퇴치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해왔다. 재단이 내세운 지원 목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나 건강상태 개선보다는 특정 질병에만 집중되는 록펠러의 기부금이 순수하게 보건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책 ‘제국과 건강’은 정치경제학 관점에서 보건의료 시스템을 살펴본다. 책은 록펠러재단의 자선활동이 3가지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본다. 노동자가 ‘게으름 병’이라 불리는 구충병에 걸려 노동생산성이 감소하는 일을 막는 것, 풍토병을 예방해 기업가와 투자자가 신규사업 지역에 계속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질병에 걸려 의료비용을 많이 잡아먹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 그것이다. 자선사업은 선의란 이름으로 포장됐을 뿐 그 속에는 이윤 극대화란 시장논리가 숨겨져 있다는 뜻이다.


뉴멕시코대학 사회학과 명예교수이자 일리노이대 의과대학 겸임교수인 저자는 국제금융기관과 의료관리회사가 ‘신자유주의 동맹’을 구축해 보건의료의 사회보장체계를 무너뜨려 왔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관상동맥 집중치료실(CCU)’은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근거가 명확하게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야 하는 동맹들의 이해관계 속에 전 세계에 보급됐다고 설명한다. 건강한 환자는 민간부문으로, 병든 환자는 공공부문으로 보내는 ‘크림 걷어내기(Cream Skimming)’ 전략도 동맹이 사회보장체계를 망가트려 온 방법 중 하나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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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미에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사례에 주목한 저자는 사회보장체계가 무너져가는 현실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과거 신자유주의는 칠레의 의료개혁을 좌절시킬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2008년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농업관세에 저항해 세계무역기구(WHO) 협상을 뒤엎은 것처럼 이제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운동 전략을 발전시키며 나아가야 한다”며 “이제 수익성의 원칙이 아닌 정의의 원칙을 중심에 놓여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2011년 미국에서 출간된 책은 2012년 미국사회학회 의료사회학 분과에서 우수학술상을 수상했다. 저자가 정치경제 관점으로 보건의료를 분석해 집필한 수많은 저서 중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기도 하다. 1만8,000원.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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