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대량 보유한 주식 가운데 1% 이상 사고판 종목에서 코스닥 비중이 지난 분기에 크게 늘었다. 그동안 중소형주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국민연금이 최근 정부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코스닥시장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국민연금의 대량 보유(5% 이상) 주식 종목 가운데 신규 취득했거나 1% 이상 거래된 종목은 총 101개로 이중 코스닥 종목이 30개에 달해 전체의 약 29.70%를 차지했다. 지난 분기 25.7%에 비해 4%포인트가 늘었고 특히 올해 1·4분기 1% 이상 거래된 전체 117개 종목 중 코스닥 종목이 24개(20.51%)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5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3·4분기 국민연금이 신규 취득했거나 1% 이상 지분을 매매한 종목은 연간 최저치인 101개 종목으로 줄었다.
국민연금이 코스닥 거래 종목을 늘린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소부장’ 기업 지원 활성화 정책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금융위원회가 소부장 펀드 조성 방안을 내놓는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이 주목을 받으면서 3·4분기 코스닥시장은 소부장 종목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었다. 이에 바이오주가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는 등 변동성이 컸던 코스닥시장에서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던 국민연금도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거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기가 한결 쉬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코스닥지수가 코스피 대비 저평가된 점도 투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국민연금의 대량 보유 주식 목록에는 에이치비테크놀러지·네패스·아모그린텍 등 정부가 국산화에 주력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5세대(5G) 분야의 기업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에스엠(8.8%→10.44%), CJ ENM(5.6%→6.01%) 등 상반기 업계 전반의 논란으로 저평가된 엔터테인먼트 주식의 지분을 늘렸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국민연금의 코스닥 주식 거래 비중의 확대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3·4분기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7,000억원 넘게 순매수한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331억원을 순매수한 데 그쳤다. 10월에는 코스피 시장에서 5,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는 동안 코스닥 시장에서 600억원 넘게 매도하는 등 거래대금에서 차이가 크다.
거래 종목 역시 다변화하고는 있지만 국민연금의 분기 공시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종목은 에스엠, CJ ENM, 와이지엔터테인먼트, SK머티리얼즈 등 코스닥 시장에서 비교적 잘 알려진 대형주 위주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국내주식의 비중을 축소하고 해외주식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연기금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고려해 자산을 해외로 배분하기로 하면서 코스닥 시장에서는 우량주에 대한 제한적 매수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