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한달간 특별연장근로 신청 및 인가 건수가 작년 한 해 수치를 돌파했다. 태풍·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예상치 못한 재해·재난이 몰리며 공공부문의 연장근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특별연장근로가 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제도로 긴요히 사용되고 있지만 정부·국회 모두 탄력근로제 논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부문처럼 민간 기업도 경영상 긴박한 필요성이 있을 때 특별연장근로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특별연장근로 신청 및 인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신청 건수는 285건, 승인은 27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청·인가 건수인 270건·204건보다 많다. 고용부 관계자는 “태풍 미탁과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으로 신청 건수가 급증했다”며 “재해 수습을 위한 공공부문의 수요가 많았고 민간의 신청은 적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를 관할하는 중부 지방고용노동청에 들어온 신청 건수가 126건에 달했다. 강원도는 8~9월 태풍의 직접적 피해를 받았다. 지난달 인가 건수를 분야별로 분류하면 태풍 222건, 돼지열병 14건, 호우 12건 등이었다. 52시간 근로제가 지난해 7월 시행된 이후 특별연장근로가 보완 제도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조건을 확대하면 민간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별연장근로는 고용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으면 연장근로 시간의 상한인 주 12시간(법정근로 40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근로기준법 53조는 특별연장근로의 요건을 ‘특별한 사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고용부는 이를 재해·재난으로만 해석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연장근로 수요가 공공부문에만 있겠느냐”며 “갑작스러운 해외 프로젝트 수주, 발주처의 요구 등 요건을 완화하면 예상치 못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특별연장근로 요건 확대는 탄력근로제가 입법되지 않을 경우의 대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안까지 나오지는 않았다”며 “정부 입장은 일관되게 노사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입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자유한국당이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및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탄력근로제 외에는 받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년 1월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앞두고 정부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확대될 경우 상당 부분의 부작용이 해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에 대한 유연성은 정례적이고 통상적인 사례와 특이하고 특별한 경우 두 가지 관점으로 구분해 봐야 한다”며 “탄력근로제는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노동시간과 환경이 획일적이지 않아 다양성을 거부하면 안 된다”며 “대신 연장근로로 침해되는 건강권의 보장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정부와 여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탄력근로제는 일감이 몰리는 기간이 뚜렷한 제조업을 위한 제도”라며 “국회 테이블에 탄력근로제, 선택적 시간근로제, 특별연장근로를 다 올려놓고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