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미국 경제지표 개선과 미중 무역협상 진전 기대감에 급등했다. 연기금 등 기관이 두 달 만에 최대 규모로 ‘사자’에 나서면서 증시가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코스피를 압박하던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다소나마 해소되면서 지루한 ‘박스권’ 탈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투자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고개를 들면서 원·달러 환율도 1,150원대로 떨어져 지난 7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3%(30.04포인트) 오른 2,130.24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2,130선을 회복한 것은 일본 정부가 기습적으로 무역규제 조치를 발표한 6월28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4,581억원어치를 사들였으며 외국인도 410억원어치를 매수하면서 4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이날 기관의 순매수 규모는 9월11일 이후 가장 컸다. 지수 급등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 증권업종이 3.92%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유통업(2.6%), 건설업(2.5%) 등이 장을 주도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개인 투자자들이 1,037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전 거래일보다 0.92%(6.11포인트) 오른 668.45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급등세를 보인 것은 그동안 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두 축인 미중 무역협상과 미국 경제지표가 모두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1일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전화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원칙적 공감대’와 ‘일정과 관련한 추가 접촉’ 등을 시사했으며 미국 무역대표부 역시 협상에 진전이 있음을 재차 강조하면서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한 긴장이 다소 풀어졌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다소나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를 씻어준 것도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미국의 지난달 비농업 부문 고용이 12만8,000건으로 전문가 예상치(7만5,000건)를 훌쩍 넘었으며 IHS마킷이 발표한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최종치는 51.3으로 전월 확정치 51.1에서 상승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보고서도 영향을 끼치기는 했지만 상승세가 유지된 것은 미중 무역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코스피뿐 아니라 중국 증시도 0.5% 이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개선되면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6원40전 내린 1,159원20전에 마감됐다.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를 기록한 것은 올해 7월1일(1,158원80전) 이후 처음이다. 국채 금리도 상승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83%포인트 오른 1.550%,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95%포인트 상승한 1.827%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기분 좋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장 전문가들은 기존 2,150선으로 내다봤던 박스권 상단의 연내 돌파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016360) 책임연구위원은 “시장을 압박하던 미중 무역협상 등이 완화되고 있고 경기에 대한 두려움도 진정되고 있어 전 고점 돌파를 시도할 수 있을 듯하다”며 “9월 반등장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많지 않았는데 원화 강세, 가격 메리트를 고려하면 더 들어올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도 “현재 밸류에이션으로만 보면 외국인투자가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면서도 “하지만 내년 기저 효과로 이익증가율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다 주당순이익(EPS)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가 상승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박성호·박경훈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