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해외선 신산업 펄펄 나는데 우린 구경만 할건가

구글이 웨어러블 기기 제조업체 ‘핏비트’를 21억달러(약 2조4,500억원)에 인수했다. 한국계 미국인이 창업한 핏비트는 8,200만시간에 달하는 심장 박동수와 79조번의 발걸음, 1,600억시간의 운동기록 등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10년 이상 쌓인 핏비트의 바이오 빅데이터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열쇠라고 확신한 구글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핏비트 같은 사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 데이터를 모으는 일부터 난관에 부닥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별 데이터에 대한 개인 동의를 모두 받아야 한다. 게다가 이상이 발생한 생체지표를 의료진에게 전달하면 원격진료로 간주돼 처벌을 받는다. 빅데이터 산업에 필수적인 데이터3법은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원격진료는 시범 서비스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다. 데이터를 모으지도, 전달하지도 못하니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관련기사



각종 규제를 내걸고 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렌터카 기반 호출 서비스 ‘타다’의 경영진마저 검찰에 기소되면서 ‘혁신 산업의 무덤’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형편이다. 경찰조차 렌터카 사업자로 보고 시행령의 예외조항을 근거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건을 두고 검찰이 유사 택시에 가깝다며 재판에 넘겼다. 여당 의원은 한술 더 떠 타다를 전면 금지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니 갈수록 태산이다.

세계 각국이 신산업에 대해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을 취하는 것은 규제개혁 속도가 신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나마 싹을 틔우는 산업마저 규제로 가로막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규제혁파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나 마찬가지다. 늦기 전에 방울을 달지 않으면 그나마 손에 쥔 생선마저 빼앗기고 만다. 뒤늦게 정부 고위인사들이 ‘타다 편들기’에 나서고 있지만 그 시간에 규제 하나라도 걷어내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