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못 갚는 기업비중이 지난해 35.2%에서 올해 말에는 37.5%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소기업 현장은 비용절감에 이어 감원 등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 한 산업단지 내 제조업체 A사는 재고가 누적되면서 자금난에 몰리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상환 일정이 연말에 몰려 있는데 재고만 늘고 이익은 줄어 상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리저리 은행으로부터 급전을 빌려 운영비로 쓰다 보니 지난해 대비 대출금 증가액이 30% 가까이 늘어나 상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A사 사정은 나은 편에 속한다.
B사는 은행의 추가 대출이 막혀 비용절감을 하다 급기야 인력 10%를 감원하는 등 최후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방용품 제조업체인 C사의 한 관계자는 “밖으로 전달하는 서류를 제외한 모든 내부 문서는 이면지를 활용해 출력하도록 하고 있고 접착식 메모지와 일회용 종이컵은 아예 못 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상경영은 지난 IMF 외환위기 직전에나 있을 법하지만 주력 제조산업 부진에 따른 중소기업의 현장 위기감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국내 대기업에 디스플레이 부품을 공급하는 D사 역시 상황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공세에 국내 원청 대기업의 생산라인이 줄어들면서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D사 관계자는 “연초에 세운 목표치를 달성하기도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에 따라 해외 업체와의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지는 상황이다. 관료들이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도입으로 가격 경쟁력이 밀릴 정도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눈치를 준다. 그러나 30~40년 해온 사업을 바로 접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발 빠른 중소기업은 신사업 진출을 적극 모색 중이다. 업력이 40여년 된 E사는 연 매출 6,000억원의 국내 완성차 1차 벤더지만 매출 급감에 따라 신사업 진출을 위한 컨설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1,210개 단지의 2·4분기(누적) 수출은 1,73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7% 급감했다. 1·4분기 16%에 비해 하락 폭은 줄었지만 지난해 2·4분기 이어 5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산업단지 활력지표인 생산실적은 2·4분기 8.2% 감소했다. 이는 불리한 대외 환경과 내수 불황, 노동환경 변화가 원인이다. 여기에 단지 노후화와 산단 입주업체의 영세성도 단지 경쟁력을 약화했다.
뿌리산업은 더 심각하다. 종사자의 60%가량이 40대 이상 근로자로 고령화된데다 영세한 기업이 많아 줄어든 근로시간을 보충할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고 보는 중소기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매월 발표하는 경기전망지수를 보면 올해 6월부터 이달까지 80선에 머물고 있다. 100 이하면 다음 달 업황이 긍정적이라고 보는 기업 수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종곤·김연하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