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달 31일부터 ‘T 삼성카드 2 V2’ ‘SKT 삼성카드 2 V2’ 등 주요 통신사 제휴카드 4종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T 삼성카드 2 V2는 SKT 장기할부를 이용해 삼성 갤럭시 핸드폰을 구입하면 전월 실적에 따라 24개월간 통신요금을 월 1만5,000원·2만원 할인받는 혜택으로 인기가 높았다.
삼성카드는 T 2 V2 카드를 대신할 상품으로 ‘T 라이트 삼성카드’를 출시한 상태다. 이 카드 역시 SK텔레콤 라이트할부를 이용하면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혜택을 탑재했지만 할인 폭은 전월 실적에 따라 1만원·1만5,000원·2만원으로 전작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줄었다. 최대 2만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전월 실적 조건도 7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크게 뛰었고 연회비 역시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랐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이번에 발급 중단한 통신사 제휴카드 4종은 통상적인 제휴카드 상품보다 오래 운영해왔다”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수익성 악화와 영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제휴카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의 통신할인 카드 구조조정은 올해 들어 빨라지고 있다. 우리카드도 5월 ‘New LGU+ 우리카드’ ‘CJ헬로 라서즐거운 우리카드’ 등 통신사 제휴카드 4종을 발급 중단했다. 특히 ‘KT 카드의정석 Super DC’는 지난해 9월 출시된 뒤 통신요금 자동이체만 해도 월 1만5,000원·2만원을 할인해주는 혜택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불과 8개월 만에 단종됐다.
현대카드 역시 2월 통신요금 자동이체 시 36개월간 월 1만7,000원·2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현대카드M 에디션2’를 없애고 24개월간 월 1만3,000원·3만원을 할인해주는 ‘현대카드M 에디션3’로 대체한 상태다. 매달 1만6,000~2만6,000원의 할인 혜택으로 SK텔레콤 가입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롯데카드 텔로 SKT카드’ 역시 회사 내부에서 상품 지속 가능성을 두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비는 카드사들이 전통적으로 치열하게 혜택 경쟁을 벌여온 시장으로 꼽힌다. 통신이 누구나 매달 소비하는 생활 필수재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를 자사 카드에 붙잡아두는 ‘록인’ 효과를 노릴 수 있는데다 결제금액도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이동통신사보다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혜택이 많은 카드상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올 초 금융당국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 가맹점의 범위를 늘리고 일반가맹점도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는 가맹점 대상을 대폭 확대하면서 카드사 수익성이 급전직하했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려면 대형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카드 수수료율을 높여야 하지만 이통사에 ‘을’인 카드사로서는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통사들이 계약 해지를 무기로 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카드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마케팅 비용을 감수하거나 상품을 단종시키는 것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다.카드사들이 ‘알짜’ 통신할인 카드를 대폭 축소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KB국민카드는 아예 알뜰폰 시장에 직접 진출한 KB국민은행과 손잡고 통신 할인 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지난 1월 통신사 제휴 카드 11종을 단번에 정리한 데 이어 이날 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 통신비 할인에 특화한 카드를 새로 내놓은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부가 서비스 축소나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하한선 도입 등에 대해서도 당국은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적자 카드를 줄이는 것 외에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수년째 계속돼 온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가 결국 소비자의 혜택 축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