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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헬륨-3' 100t 이면 전세계 1년 쓸 에너지 나와"

버나드 포잉 ESA 수석과학자 5일 기자회견

30~40년후면 핵융합 연료로 활용할 수 있어

달에 물 10t도 발견돼 수소연료 등으로 이용가능

"2030년 우주인 10명 달 보내고, 2040년엔 100명이를 것"

달 토양 가공해 기지건설하고 식물도 기르게 돼

"200개 용암동굴에는 문시티 만들 수도 있을 것"

버나드 포잉(가운데) ESA 수석과학자가 5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탐사 및 개발사업의 현황과 전망을 소개하고 있다. /고양=민병권기자버나드 포잉(가운데) ESA 수석과학자가 5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탐사 및 개발사업의 현황과 전망을 소개하고 있다. /고양=민병권기자



“달의 ‘헬륨-3’라는 원소를 10t만 지구로 가져와도 아시아 전역에선 6개월, 유럽에선 1년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습니다. 100t이라면 전세계가 1년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요.”

국제달탐사연구단(ILEWG)을 이끌고 있는 버나드 포잉 유럽우주청(ESA) 수석과학자는 5일 경기도 고양시 본원에서 개관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달 자원개발·활용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헬륨-3를 (연료로) 활용하면 핵융합을 통해 청정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30~40년후에는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헬륨-3는 일반 헬륨보다 가벼운 동위원소로서 달표면에 약 100만t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 아직은 지구에서 달탐사·개발용 장비를 실은 우주로켓을 제작·발사하는 데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직접 달에서 자원을 채굴해 지구로 가져오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달에 유·무인기지를 지을 때 현지에서의 에너지원으로 헬륨-3를 활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경제성과 실용성이 있다고 과학계는 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핵융합발전 기술은 미국, 유럽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해당 기술의 점진적 실용화가 예상되는 약 30년 후부터는 그 발전연료인 헬륨-3 확보가 중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포잉 수석과학자는 헬륨-3를 활용할 수 있기 전에는 달의 극지역에서 발견한 얼음 상태의 물을 활용해 수소연료를 생산하거나 태양빛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달에서 10억t 정도의 얼음을 발견했다”며 “달에는 (태양빛이 1년 내내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에 물이 (얼음 상태로) 존재해 우주인의 식수, 산소용이나 우주로켓의 에너지원인 수소로 활용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달의 남극에는 1년 내내 태양이 지지 않는 ‘빛의 정점’지역이 있다고 언급해 현지에서의 태양광발전 활용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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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달의 에너지자원을 언급한 것은 ESA주도로 추진되는 국제협력프로젝트인 ‘문빌리지’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문빌리지는 달 표면에 유인우주기지를 지어 사람이 직접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 대해 포잉 수석과학자는 “2023년에는 4명의 우주인을, 2024년에는 여성 우주인을 7일 정도 달 근처(달궤도)에 머물게 하고 2028년부터는 우주인들을 장기 체류케 할 계획”이라며 ”2030년까지는 10명의 우주인들을 달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과 같은 기업들이 달 사업에 뛰어들어 2040년이면 달에 100명 가량의 우주인이 거주할 것이라고 점쳤다.

문빌리지의 구체적인 건설방식에 대해선 2023년 즈음엔 지구에서 모듈들을 직접 제작한 뒤 이를 달로 운송해 건설할 것이지만 이후 달 토양의 입자를 가공하는 기술과 물추출 기술이 완성되면 지구보다는 달 자체의 자원을 활용해 짓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2030년이 되면 대부분 달의 재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되고, (달 표면에) 공장을 갖추고, 식물도 기를 그린하우스도 마련될 것“이라며 ”2030년이 되면 (문빌리지 건설용 자원을) 지구에서 가져가는 것보다 달에서 직접 (조달해서) 건설하는 게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건기연의 미래융합관 개관식에 참석해 ”달에 200개 정도의 라바튜브(용암이 녹아 생긴 동굴)가 있는데 크기는 수km가 된다. 이곳에 문시티(Moon city)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문시티 건설을 위해선 고도의 자동화 기술과 건설기술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건기연은 ESA 등과 협력해 3D프린팅을 활용한 건설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포잉 수석과학자는 1963년 우주 공간에 대해 국가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제우주협약이 제정됐지만 해당 조약에는 국가들이 우주에서 서로 다른 나라의 자산에 개입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달에 먼저 도착할 수 있는 국가가 해당 자원을 사용할 수 있어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반면 ESA가 주도하는 문빌리지사업은 어떤 나라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접근 방식’의 사업이어서 참여국간 달 자원의 공유와 인재 및 혁신적 아이디어의 공유가 가능하다고 포잉 수석과학자는 강조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투자, 창업하도록 유도하고자 만들어진 플랫폼 사업이기도 하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고양=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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