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농담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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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우연히 접어든 숲길에 단풍이 흐드러졌을 때, 모퉁이 돌자 가을꽃 황금 사태가 쏟아졌을 때, 호수의 물별들이 찬란히 흔들릴 때, 일제히 물오리들이 날아오를 때, 바람에 흰 구름이 아득히 쓸려갈 때, 눈 앞 절경이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을 때, 별미를 맛보고 있을 때, 왜 떠오르는 얼굴 하나 없겠어요. 내게 다가와 평안을 주는 종소리는 당신의 가슴을 아프게 울리고 떠나온 것이로군요. 부러 강한 척하지 마세요. 돌아선 어깨 더욱 외로운 법이지요. 농담으로 진담을 말하시니, 진담으로 하는 농담을 듣고 싶군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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