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가이아나




1978년 남아메리카 동북단에 있는 가이아나에서 900명이 넘는 사람이 집단자살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세계는 경악했다. 미국 사이비 교주인 짐 존스는 자신의 신도들을 데리고 가이아나에 정착해 살던 중 조직 실상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사가 나오자 모든 신도에게 독약을 먹고 자살하도록 지시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른바 인민사원 집단자살사건은 피해자 규모 면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모이며 지금까지도 사이비 종교의 반사회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얘기된다. 가이아나라는 나라 이름이 지구 반대편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진 것은 이때부터다. 가이아나는 1498년 콜럼버스가 발견한 후 네덜란드에 이어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1966년 독립 이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내걸고 협동조합을 기초로 한 사회주의국가 건설을 제창해 대부분의 기업을 국영조합화했다. 가이아나의 정식 명칭이 가이아나협동공화국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이아나는 남아메리카의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유독 인도계 주민이 많다. 인도계 주민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되는 것은 이 나라를 지배한 영국의 노동력 공급 정책 때문이다. 1800년대 들어 남아메리카 곳곳에서 노예들의 반란이 잇따르자 영국은 노예 대신 인도에서 노동 이민을 받아 가이아나에 공급했다. 인도계 주민들은 점차 세를 불리며 정치적인 목소리를 냈고 이후 독립 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가이아나가 세상 사람들에게 다시 이름을 알린 것은 2016년 매장량이 7억배럴이 넘는 유전이 발견됐을 때다. 지난해에는 인근 심해에서 최소 32억배럴의 경질유가 매장된 유정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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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산유국으로 간주되지 않던 브라질·캐나다·노르웨이·가이아나 등 4개국에서 내년에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가 국제시장에 공급된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2021년 100만배럴이 추가 공급되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이아나는 독립한 지 40년이 넘도록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100위 바깥에 있을 정도로 경제가 어려웠다. 그러던 나라가 어느덧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경제력이 커진다니 가히 원유 로또에 당첨된 셈이다. 경제가 계속 가라앉고 있는 요즘 우리도 동해 어디선가 원유 로또 하나가 터지면 어떨까. 아니다. 원유 로또를 맞고도 흥청망청 쓰다가 망가진 베네수엘라도 있지 않나. 부질없는 생각 말고 열심히 땀 흘릴 때다. /한기석 논설위원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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