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진화하는 중일동맹...투자 미적대다간 '造船 왕좌' 내줄 판

■韓조선업 위협하는 中日연합군

상대 약점 보완...글로벌 수주시장서 막강한 위력 발휘

고부가선 기술격차 불과 3년...韓 기술주도권 사수 비상

친환경 선박·스마트십 등 차별화 된 경쟁력 확보해야




글로벌 조선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글로벌 수주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 조선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연합은 단순한 기술과 노동력의 분업에서 상대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호주 가스전 개발 사업인 바로사 프로젝트의 유력한 수주 후보였지만 힘을 합친 일본 미쓰이해양개발(MODEC)과 중국 다롄조선소를 당해내지 못했다. MODEC은 중국이 부족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설계능력을 제공하고 배를 건조할 공장이 없는 MODEC은 인건비가 싼 중국 다롄조선소의 힘을 빌렸다. 중국의 조선소 인건비는 한국 대비 3분의1 수준이다. 글로벌 정유업체 BP가 10억달러 규모의 토르투 프로젝트를 현대중공업이 아닌 중국 업체에 맡긴 것도 가격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정유회사들이 중국 조선소에 건조를 맡긴 것에 깜짝 놀라고 있다. 중국 조선업체를 일본이 파트너로 받아들일 정도로 건조 난도가 높은 FPSO를 만들 만큼 기술력 격차를 좁혔다는 이유에서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은 수년간 자국 발주 물량을 통해 FPSO 건조 경험을 쌓아왔다”며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정도의 수준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로사 프로젝트의 지분 구조가 사업자 선정 발표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바뀐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로사 프로젝트는 지분 37.5%를 보유한 미국 정유사 코노코필립스 주도로 SK E&S와 호주 산토스가 각각 37.5%, 25%를 나눠 갖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쯤 코노코필립스가 지분 전량을 산토스에 넘기기로 결정하며 판은 바뀌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산토스는 MODEC과 이전에도 수차례 사업을 함께 진행하며 우호관계를 맺고 있었다”며 “지분 구조가 바뀌면서 MODEC에 거래가 유리하게 작용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중국의 이런 ‘협력 관계’는 조선업계에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은 10년 전부터 일본 선사로부터 기술지도를 받아 선박을 만들어왔다. 조선소들이 자체적으로 선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선사들이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 조선업보다는 해운업에 강점을 가진 일본은 중국에 기술을 내주는 대신 새 운송로 확보 등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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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위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과 일본 3대 해운사인 MOL(Mitsui O.S.K. Line)은 지난 8월 LNG 및 에탄가스 운송 프로젝트 협력을 확대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중국 COSCO와 일본 MOL은 이번 MOU를 통해 북극해 LNG 개발사업인 야말 프로젝트 등 신규 LNG 운송계약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는 이들 기업이 신규 발주될 LNG선들을 중국 조선소에 몰아주며 한국 업체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중국 내 합작조선소도 건립했다. 중국 최대 민영조선사 장수뉴양즈장과 일본 특수선 전문업체 미쓰이E&S의 합작사가 8월 출범했다. 새로 출범한 합작사는 소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가 합작사를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경쟁력이 내림세인 일본 조선업계는 중국과의 협력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9월 말 일본 조선사의 수주 잔량은 1,283만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톤수)다. 이는 2002년 7월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선박 수주도 196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감소했다. 한국과 중국의 3분의1 수준이다.

일본과 중국은 특히 한국과 LNG선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의 85% 이상을 가져왔다. 국내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LNG선 건조 기술력에서 중국·일본 등 경쟁국보다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LNG 운반선 화물창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100% 다시 액화, 화물창에 집어넣는 ‘완전재액화시스템(FRS)’에서 앞서 있다.

기술력에서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앞서고 있지만 안주하기에는 추격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 격차는 2014년 3.6년에서 지난해 3.4년으로 좁혀졌다. 양종서 연구원은 “한국이 중국·일본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기술주도권을 놓지 말아야 한다”며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친환경 선박, 스마트십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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