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가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고, 의료기관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비 증명 서류를 전자문서 형태로 전송하도록 하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의료계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폐기될 위기에 처하자 소비자단체들이 의료계에 법 개정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놨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달 20, 21일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상정해 심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이 국회통과를 결사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기국회 통과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소비자와함께 등 7개 소비자단체는 7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기다려온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문제는 국회 관련 법안이 발의되며 드디어 첫 걸음을 뗐다”며 “이제 법은 소비자를 위해 변화하려 하는데 이를 반대하는 일부 이해당사자로 인해 무산되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실손보험은 민간 보험이지만 가입자가 약 3,400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그러나 실손보험 가입자가 진료 후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병원에서 별도 서류를 발급해 보험사에 제출해야 해 번거로움이 컸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고용진·전재수 의원 등은 병원과 보험사의 전산망 연결로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청구되면 소비자 편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문제는 의료계의 반대가 완강하다는 점이다. 지난 5일 대한의사협회는 서울 노원구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사 저지 계획을 밝혔다. 의협은 반대 논리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국민 편익 증대를 위한 것이라 환자 관련 빅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며 과거의 진료이력 등을 문제 삼아 보험금 지급이나 계약 연정을 거절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의 편익이 급격히 증진되고 자원낭비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방지할 수 있다”며 “의사협회는 마치 실손 의료보험 진료비를 의료기관이 대행하여 청구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보험사가 질병정보를 새롭게 축적하려고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종이문서로 제공하는 정보를 전자문서화하자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청구 간소화가 지연되면 오히려 소비자들은 복잡한 청구과정 탓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다는 게 소비자 단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소비자와함께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통원치료의 경우 32.1%만이 보험금을 청구했다. 또 같은 단체가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7%가 자신의 질병관련 정보를 전자문서로 받아 이를 건강관리에 사용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이번 국회에서 안건이 처리 되지 못 한다면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그 불편함을 지속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처지”라며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3,400만 이상의 실손보험 가입 소비자들이 이해당사자의 일방적 싸움에 소비자 주권을 침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