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미술경매 빅뱅 '귀하거나 새롭거나'

경기위축·과세강화에 낙찰액 뚝

소비양극화 고려 출품작 극과 극

해외 거장 작품 등 208점 147억

케이옥션 올 마지막 '11월 경매'

서울옥션은 "신진 작가 발굴"

'시작가 0원' 파격 방식 선보여

페르난도 보테로 ‘애프터 고야(After Goya)’.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 고야가 그린 ‘오수나 공작부인’을 보테로 특유의 양감있는 표현으로 바꿔놓은 것으로 추정가 9억~18억원에 경매에 오른다. /사진제공=케이옥션페르난도 보테로 ‘애프터 고야(After Goya)’.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 고야가 그린 ‘오수나 공작부인’을 보테로 특유의 양감있는 표현으로 바꿔놓은 것으로 추정가 9억~18억원에 경매에 오른다. /사진제공=케이옥션



미술 경매시장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경기 위축으로 상반기 낙찰총액은 전년 대비 204억원 감소한 826억원에 그쳤다. 여기다 최근 정부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던 미술품 양도세를 ‘사업소득’으로 돌려 과세강화를 검토하는 것이 알려져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위기극복을 위해 몸부림치는 경매회사들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기간에 올해의 사활을 걸었다. 시장의 소비 경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것에 발맞춰 출품작도 아주 귀하거나 완전히 새롭거나 양 갈래로 나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베르나르 뷔페 ‘생 피에르가 있는 정물’ /사진제공=케이옥션베르나르 뷔페 ‘생 피에르가 있는 정물’ /사진제공=케이옥션


케이옥션은 올해의 마지막 메이저 경매로 오는 20일 개최하는 ‘11월 경매’에 208점 약 147억원어치를 선보인다. ‘피카소의 대항마’로 불리던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뷔페의 ‘생 피에르가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Saint Pierre)’(이하 추정가 4억5,000만~7억원)과 ‘마자그란 화병의 꽃다발(Bouquet in a MAzagran)’(1억~1억2,000만원)은 천재라 불리던 뷔페 특유의 날카로운 선묘가 서늘함을 더하고, ‘남미의 피카소’라 불리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애프터 고야(After Goya)’(9억~18억원)는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가 그린 ‘오수나 공작부인’을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양감있는 표현으로 바꿔놓아 친근함을 준다. 뷔페가 그린 ‘생 피에르’는 베드로의 물고기라 불리는 달고기이며, 보테로는 BTS의 뷔가 SNS를 통해 언급하면서 또 한번 관심이 급증한 화가다. 여기에 초현실주의 거장 마르크 샤갈의 ’지붕 위의 바이올리니스트와 모성’(4억~6억원) ‘창가의 붉은 꽃’(3억5,000만~5억원) ‘화가와 십자가’(1억8,000만~3억원)가 출품됐고 인상파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야수파 작가 모리스 드 블라맹크까지 가세해 경매장이 ‘블록버스터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마르크 샤갈 ‘지붕 위의 바이올리니스트와 모성’ /사진제공=케이옥션마르크 샤갈 ‘지붕 위의 바이올리니스트와 모성’ /사진제공=케이옥션


이번 경매에서 케이옥션은 미술사적 검증이 완료된 작가의 작품을 끌어모으는 데 공을 들였다. 사진으로만 전할 뿐 소재가 묘연하던 구본웅의 ‘고행도’(2,500만~5,000만원)와 ‘만파’(2,500만~5,000만원)를 찾아낸 것은 의미있는 성과다.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회고전이 한창인 백남준의 작품도 ‘TV벽난로’(5억8,000만~10억원)를 비롯해 ‘보이스 복스’(7,000만~1억2,000만원)와 ‘카르마’(1억9,000만~3억원)가 경매에 오른다. 불상이 누워있는 TV모니터에서 여성의 누드장면이 흘러나오는 ‘카르마’ 연작은 성속(聖俗)의 공존을 보여주는 백남준의 대표작이다. 경매 최고가 작품은 김환기 특유의 푸른색조와 달빛 미감이 돋보이는 ‘야상곡’(9억~16억원)이며, 이우환의 작품도 7점이나 선보인다.

정다운 ‘패브릭 드로잉 #66’ /사진제공=서울옥션정다운 ‘패브릭 드로잉 #66’ /사진제공=서울옥션


이언정 ‘시티 비 오’ /사진제공=서울옥션이언정 ‘시티 비 오’ /사진제공=서울옥션


서울옥션은 시작가 0원의 파격적인 방식의 경매 ‘제로 베이스(Zero Base)’를 새롭게 선보였다. 국내 전업미술가 수는 10만 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이 중 경매에서 거래되는 작가는 0.1%에 불과한 현실을 직시하고 미술경매의 문턱을 낮추고자 기획됐다. 지난 2006~2007년에 절정이던 미술시장의 호황 이후 젊은 작가들의 작품값이 ‘다소 비싸다’고 느끼는 수요자들의 불만도 고려했다.


출품작가는 경매가 순차마감되는 오는 15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 5층 전시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스타킹처럼 탄력있는 다양한 천을 소재로 조형성을 추구하는 정다운의 작품은 추상화 같은 시각적 쾌감을 준다. 천들이 포개지며 이루는 공간감도 독특하다. 도시의 이미지와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는 이언정은 판화전공자답게 깔끔한 완결성이 돋보인다. 건물과 낯선 골목을 소재로 삼은 장은우의 작품은 낡음과 익숙함이 또다른 도시미학을 이야기한다.

관련기사



어릴 적 유괴당한 경험이 쓸쓸한 아이의 얼굴, 아이를 돌보는 사람으로 확장된 함미나의 그림은 상처 난 무의식을 건드린다. 명품 포장지와 비닐을 액자에 집어넣은 김상현의 작품들은 재기발랄하고, 김완진의 흩어진 누드화는 살 그 자체의 색과 온기에 주목하게 한다.

장은우 ‘소경산책’ /사진제공=서울옥션장은우 ‘소경산책’ /사진제공=서울옥션


함미나 ‘부시맨은 어디에’ /사진제공=서울옥션함미나 ‘부시맨은 어디에’ /사진제공=서울옥션


서울옥션 측은 “좀 더 많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시장 구조를 만들고자, 다양한 전시이력과 작품성 등을 고려해 참신한 새 인물들을 발굴했다”면서 “기존 경매기록이 없기에 시작가는 모두 0원이며 경합 여부에 따라 작품가는 치솟을 수도 있으니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다”고 소개했다. 미술경매가 2차 시장인 만큼 출품 작가들은 1번 이상의 개인전을 통해 시장의 1차 검증을 거쳤다.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