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주를 외치고 미국이 그런 한국을 압박하면서 한미동맹이 66년 만에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다음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방한이 우리를 무겁게 누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의 한미동맹을 위기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북미협상의 와중에 벌어진 한미의 간극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북한의 이간질이 동맹을 크게 위협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한미동맹보다 전작권 전환 추진 등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노선은 북한에 심정적으로 마음이 가 있다”며 “한미관계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균열이 경제에 치명적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경제단체의 핵심관계자는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지만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인데, 요즘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한미동맹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국내외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인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동맹 와해가 한국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극단론까지도 나온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지금 한미동맹은 붕괴 직전”이라며 “한미동맹이 깨지면 우리 경제는 큰일이 난다. 해외투자가들 중 누가 한국에 투자하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끊임없는 이간책 속에서 한국이 한미일군사동맹 불참을 중국에 확약하는 등 친중배일(親中排日) 행보를 보이는 반면 미국은 일본과 밀착해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70년대 ‘닉슨 독트린’에서 ‘일본의 안전은 미국의 안전에 결정적(vital)이고, 한국의 안전은 일본의 안전에 필수적(essential)’이라고 언명했던 미국의 기본성향을 문재인 정부가 몰이해한 결과로 자칫 안보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미와 미일동맹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면 미일동맹으로 좀 더 비중이 갈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은 한국보다 일본과 전략의 정합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례 없는 미국의 압박과 북한의 도발에서 한미동맹을 지켜내는 처방은 ‘조국 사태’로 인한 국론분열 못지않게 엇갈림이 극명하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미 때늦을 수 있겠지만 지금이라도 전작권 전환 포기를 선언하고 방위비 분담금을 적당히 올려준다고 하는 한편 미국이 더 이상의 압박을 가하기 전에 지소미아도 복원해야 한다”면서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동맹은 국방력 보완의 수단이지 근본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동맹의 전통적인 의미도 바뀌고 있다”며 “한미동맹으로 미국이 얻는 이득도 있으니 너무 저자세로 나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문성진 정치부장 hns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