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당내 통합추진기구인 ‘통합추진단(가칭)’ 단장을 내정하는 등 보수 우파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불가’ 입장을 공개 표명하고 나섰다. ‘보수 우파를 한 지붕 아래 모은다’는 작업 자체가 시작부터 꼬이는 모양새다.
변혁 신당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인 권은희·유의동 의원은 10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며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개혁보수의 길에 보수를 재건하는 노력은 앞으로 신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제안한 보수 대통합에 대한 답변이자 변혁의 ‘제3지대’ 신당 창당 의지를 한층 명확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권 의원은 “한국당은 유 전 대표가 생각하는 보수 통합의 길, 보수 재건의 길에 (적합한) 통합의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한국당이 간판을 바꿀 경우 연대·통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당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안철수 전 대표의 제3지대의 길, 합리적 중도를 위한 길 역시 앞으로 신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권 의원은 “다음달 중 안 전 대표를 만나고자 미국으로 건너갈 생각”이라며 “현재 안 전 대표와 직간접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만큼 늦어도 내년 신정 이전에는 (안 전 대표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합리적 보수 재건을 목표로 하는 만큼 한국당과의 통합보다는 유승민·안철수 두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판 짜기’에 속도를 낸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당은 ‘조건 없는 보수 대통합’이라는 대전제 아래 물밑 작업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 통합추진단 단장으로 원유철 의원을 내정했다. 또 이르면 이번주 중 통합추진단을 정식 발족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좌파 독재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파 보수가 조건 없이 한데 뭉쳐야 한다’며 무소속인 원희룡 제주지사 등 외부 인사들과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조건을 내걸고 (보수 대통합에) 접근하는 것은 자기 밥그릇을 챙기고 자기 살 궁리만 하는 것 아니냐”며 “시간이 없는 만큼 각자가 조금씩 희생하는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보수로 나아가며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 등 유 전 대표가 내건 보수 통합의 3대 조건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황 대표의 제안으로 보수 통합이 수면 위로 오른 만큼 시민단체는 물론 바른미래당·우리공화당 등도 실무논의를 할 수 있는 인사를 꼽아 합류해야 한다”며 “통합으로 좌파 독재정권을 심판하자는 데 참여하지 않는 이들은 반(反)통합 세력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