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인공지능이 미래다] '노동 유연화·산학협력·자본' 3박자 시너지...AI 성장 이끌다

<중>AI 성지 실리콘밸리의 R&D 환경

자유로운 이직으로 다양한 경험...우수인력 교류·육성

교수가 기업 연구원 겸임 "상용화까지 생각하며 연구"

美 작년 AI스타트업 투자액 93억弗...5년새 8배 껑충




“30대 중반인데 이직만 벌써 여섯 번 했습니다. 한국은 한 회사에 오래 다니면 충성도가 있다고 보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한 회사에서 6~7년 있으면 실력이 없다고 평가합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A씨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뉴로’에 다니고 있다. 자율주행 무인배송 서비스 업체인 뉴로는 최근 포브스가 선정한 유망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1위에 오른 곳으로, 지난 2016년 구글 ‘웨이모’ 출신 엔지니어인 데이브 퍼거슨과 주자쥔이 공동 창업했다. A씨는 “인턴도 대표에게 직접 보고를 할 정도로 수평적인 문화가 이곳의 특징”이라며 “여기에 더해 잦은 이직 등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권장하는 유연한 노동환경에 대한 인식이 실리콘밸리 전반에 뿌리 깊게 있다”고 말했다.


이는 뉴로에만 한정된 모습이 아니다. 이영기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은 “실리콘밸리 전체가 하나의 생태계이고, 기업이 그 구성요소라면 이 생태계 안에서 사람들의 이직은 매우 자유로운 편”이라며 “회사를 나가 창업해 성공한 뒤 다시 그 회사로 몸값을 올려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기업 내의 자유로운 분위기, 기업 간의 유연한 이직환경 등이 실리콘밸리의 선도적인 AI 기술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과 학교 간에도 인재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산학협력은 실리콘밸리 AI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스탠퍼드대나 UC버클리 등의 대학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이를 기반으로 강력한 연구생태계를 구축한다.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는 2016년 구글 부사장으로 지낸 바 있고 얀 르쾽 뉴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도 페이스북의 AI 수석연구원을 겸임하고 있다. 노아 굿맨 교수 역시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심리학·언어학 교수이자 동시에 글로벌 승차공유 업체 ‘우버’의 AI 연구소에도 소속돼 있다.


이러한 산학협력은 기업이 우수한 연구인력을 계속 확보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최신 AI 기술을 조기에 적용해 제품으로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 관장은 “이곳 대학의 교수들은 기업에도 소속돼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해당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는지까지 생각하고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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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자율주행 배송서비스 스타트업 ‘뉴로’ 본사/백주원기자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자율주행 배송서비스 스타트업 ‘뉴로’ 본사/백주원기자


자율주행 무인배송 서비스 ‘뉴로’/사진제공=뉴로자율주행 무인배송 서비스 ‘뉴로’/사진제공=뉴로


이렇다 보니 글로벌 기업들이 인재 확보에 쏟아붓는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미국의 채용분석 업체인 페이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IBM은 63억원, 엔비디아는 386억원, 페이스북은 435억원을 AI 인재 확보에 지출했다. 구글과 아마존은 이보다 훨씬 많은 각각 1,464억원, 2,565억원을 투자했다. 데이브 살바토르 엔비디아 시니어 매니저는 “엔비디아에 AI 관련 연구원만 200명 넘게 있지만 점점 커지고 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조차도 부족하다”며 “더 많은 전문인재 채용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는 기술과 인재를 키우는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도 좋은 환경이었다. 특히 벤처캐피털과 대기업들의 막대한 투자금은 스타트업들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AI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2013년 11억4,700만달러에서 2018년 93억3,400만달러로 무려 8배 넘게 늘었다. 마리벨 로페즈 AI 전문 애널리스트는 “기술, 인재, 상장이나 인수 여부 등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라면서 “최근에는 이 스타트업이 얼마나 잘 팔릴지도 주요 투자 요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다양한 교육과 개발 인프라를 제공해 스타트업을 양성하는 것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는 총 200개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인셉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살바토르 매니저는 “기초에서부터 고급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교육을 해주고 AI 개발을 위해 우리 제품을 쓸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해준다”면서 “이를 통해 AI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로페즈 애널리스트는 “실리콘밸리 AI 시장에서 민간 투자와 정부 지원 비율을 따져보면 9대1 수준”이라면서 “실리콘밸리 같은 경우에는 벤처캐피털 중심의 자본이 워낙 많아 정부 지원이 사실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정부가 개입하면 연구나 자금 지원 등에서 여러 승인을 받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기술발전 측면에서는 시간 낭비”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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