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끊이지 않는 병원 내 전공의 폭행 왜?…"업계 폐쇄성 탓"

전공의 65% "병원의 폭행사건 처리 믿지 않아"

피해당해도 피해사실 숨겨야 하는 폐쇄적 구조

"개정 전공의법에 명시된 '이동수련' 실시돼야"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전공의들이 교수 등 상급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 원인이 ‘업계의 폐쇄성’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가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수술 보조가 미숙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전공의들을 폭행해 분리 조치에 처해졌다. 지난 4일에는 제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4명이 자신들과 병원 직원을 폭행했던 교수가 복직하자 다른 병원에서 수련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일부 폭행 사례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분리돼 사건 이후 피해자가 안전한 병원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16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에서 전공의들 중 절반이 넘는 65.7%은 병원 내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병원 내 처리 절차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 전공의의 65.1%는 사건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상급자로부터 당한 폭행사실을 알린 뒤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전공의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이는 ‘한 다리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업계의 폐쇄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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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정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지난 7월 개정되면서 전공의들의 인권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폐쇄적이고 위계질서가 엄격한 업계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전공의 폭행 문제는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계는 매우 좁아 피해사실을 말하면 보상을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눈치를 줘서 피해사실을 숨기게 되는 구조”라며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병원 내 전공의 폭행은 계속 일어나고 은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전공의가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 수련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인 ‘이동수련’이라도 제대로 행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협 관계자는 “폐쇄적인 구조 자체는 당장 바뀌기 어려우니 이동수련이라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겸직 해제됐던 폭행 교수가 복직한 뒤 피해 전공의들이 병원 내 처리 절차의 문제로 이동수련을 신청한 제주 대학병원 사건의 신청 결과는 전공의 인권 향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 전공의법에 따르면 병원 내에서 전공의 폭행이 발생한 경우 복지부 장관이 이동수련 조치를 명할 권한이 있다. 수련병원이 복지부 지도전문의 지정취소 또는 전공의 이동수련 조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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