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방위비분담, 비판보다 지혜로운 해결 힘써야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미군 '트윗철수' 가능성 있는만큼

분담금 최소화만이 해법은 못돼

靑,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접촉

수용범위 알아내 합의점 도출을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미 양국 간 2020년 방위비분담 확정을 위한 제3차 실무협상이 18~19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비록 지난 15일의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연내 타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2018년의 사례와 올 9월과 10월에 있었던 두 번의 실무협상 결과를 보면 그 가능성은 높지 않고 그러는 사이에 한미 양국 간의 감정적 오해나 불신이 커질 것 같아 걱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요구한 50억달러가 터무니없고 이에 대해 국민이 반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의 핵 위협 억제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쿠르드족의 사례에서 입증됐듯이 그는 트윗으로 미군철수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상업적 대상’으로 본다면서 이로 인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북핵 위협으로 한미동맹을 뇌사상태로 만들 수 없다면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어느 정도 수용함으로써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2018년에 1,500억원 정도를 더 부담해 미국이 요구했던 10억달러에 맞춰줬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당장 분담금 최소화가 해답이 아닐 수 있다.


방위비분담 협상에 나서는 관리들은 미국 실무자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시킬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 적지 않은 증액이 불가피하다면 그렇게 대통령과 국민에게 보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는 매년 한국이 분담해야 할 총액을 협의하는 방식에서 탈피하면서 주한미군이 발생시키는 비용 중에서 한국 전담, 미국 전담, 한미 분담의 항목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액수가 정해지도록 할 것을 제안한 적이 있다. 나아가 주한미군의 주거 여건 개선, 출장비 지원, 국내 견학 지원 등 한국이 분담할 수 있는 다양한 항목을 선도적으로 제시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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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증액이 불가피할 경우 필자가 제안하고자 하는 신설 항목은 ‘한반도 위기 예방 및 해소 비용’이다. 한반도에서 위기가 대두하거나 악화되면 한국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은 분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 중에서 한국이 요구할 경우에는 우리가 부담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음에 따라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나 그 부근에 배치함으로써 ‘핵공유(nuclear sharing)’를 추진할 경우 그 전개나 운영에 관한 비용도 한국이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한국은 미군의 전력을 우리의 필요와 계획에 따라 활용할 수도 있고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분담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한국의 성의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결정적이면서 중요한 사항은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의 대미 설득 노력이다. 미국의 실무자들이 미안하다고 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50억달러 요구가 완강하기 때문에 그의 설득 없이 방위비분담은 타결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하거나 필요하다면 방문해 그가 정확하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파악하고 한국의 기여도를 충분히 설명하며 그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알아내야 한다. 실무자들로서 불가능한 것을 해결하는 것이 대통령의 정상외교이고 이렇게 할 때 방위비분담 문제의 조기 타결은 물론이고 한미동맹이 강화될 것이며 국민의 지지도도 높아질 것이다. 재선을 위한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까지 파악해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고차원의 전문적인 외교다.

미국의 방위비분담을 비판하거나 주한미군 철수 불사와 같은 단호한 의지를 과시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적정선에서 부담액을 맞추면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해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정부의 사명감과 지혜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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