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정보기술(IT) 등 신성장 산업 부문에서 국내 기업의 성장세는 빠르지만 해당 산업 내 기업 규모는 미국·일본보다 훨씬 작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기업 간 규모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을 통해 성장 발판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률이 미국·일본보다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한미일의 최근 기업성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내 기업의 성장세가 미국·일본보다 저조하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경연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금융 부문을 제외한 상장 기업의 총자산(달러 환산 기준) 증가율을 계산한 결과 우리나라는 1.72%로 OECD 중간 수준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 규모가 훨씬 더 큰 미국 5.92%, 일본 10.76%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기업 성장률과 경제 성장률 간에는 뚜렷한 비례 관계가 있다고 봤다. 이어 그동안의 경제 성장률을 봤을 때 올해 기업 성장률은 더욱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미국과 유사하게 신성장 산업인 헬스케어, IT, 커뮤니케이션서비스(CS) 부문의 기업 성장률이 전체 산업 평균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또 한미일 모두 전체 상장 기업의 총자산 중 헬스케어·IT·CS 등 신성장 산업 기업의 자산 비중이 높아지는 산업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신성장 산업의 비중이 가장 높고 변화 속도도 가장 빨랐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는 규모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혁신적 기업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산업구조의 변화가 한미일 세 나라 중 가장 역동적인 경제”라고 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신성장 산업 부문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해당 산업 내 기업 규모는 미국과 일본보다 크게 뒤처진다고 설명했다. 각 부문에서 세 나라의 1등 기업 규모(2018년 자산 기준)를 비교한 결과 헬스케어 부문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성장세가 빠르지만 일본 1위 헬스케어 기업은 국내 1위 헬스케어 기업보다 규모가 9.4배 컸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미국 1위 기업과 한국 기업의 규모 차이는 무려 445.5배 수준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신성장 산업에서 미국·일본과의 기업 규모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관련 규제, 원격의료 규제 등 신성장 분야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해묵은 규제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