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PC 제조업체인 HP가 복사기·프린터 회사 제록스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HP 이사회는 이날 만장일치로 제록스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존 비센틴 제록스 최고경영자(CEO)에게 거절 이유 등이 담긴 공개서한을 보냈다. HP의 시가총액은 290억달러(약 33조7,000억원)로 제록스의 3배가 넘어 업계에서는 인수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제록스 지분 10.6%, HP 지분 4.24%를 보유한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컨은 제록스와 HP가 합병하면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낼 것이라며 두 기업이 합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거절한 이유는
‘인수가 주당 22弗’ 저평가 판단
합병 시너지 효과 의문도 한몫
HP가 제록스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HP는 공개서한에서 제록스가 HP의 가치를 저평가했다고 밝혔다. 제록스는 HP에 주당 22달러, 총 335억달러(약 38조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인수금액의 77%는 현금으로, 나머지 23%는 제록스의 주식으로 치르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HP 이사회는 이 같은 가격으로 인수할 경우 HP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합병 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도 거절 이유로 꼽았다. HP 이사회는 서한에서 “지난해 6월 이후 제록스의 연간 매출액이 102억달러에서 92억달러로 감소한 점에 주목한다”며 “이는 우리에게 제록스의 사업, 그리고 미래 전망의 궤도와 관련해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HP의 인수 제안 거절 발표에도 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전망이 많다. HP는 제록스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면서도 “제록스 경영진의 실질적인 협조와 정보 제공이 있다면 잠재적인 거래의 장점을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논의의 여지는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