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공인회계사자격제도심의위원회가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2020년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 예정인원을 1,100명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실제 선발인원(1,009명)보다 100명 늘어난 규모이며 지난해 실제 선발인원(904명)보다는 200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공인회계사 최소선발 예정인원은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850명을 유지해왔다.
외부감사 인력 수요와 비감사 업무 수요 등을 고려해 선발인원을 확대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금융위는 “내년 회계사 수요는 회계법인·감사반 소속 회계사 수(1만2,877명) 대비 8.67%(1,116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제성장률과 과거 10년간 외부감사 대상 회사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4년간 외부감사 대상 회사 수는 약 4.22~4.8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조치는 회계 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해온 기업과 합격자들의 ‘빅4’ 회계법인에 대한 집중 현상으로 신입 회계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어온 회계법인들의 입장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회계사의 임금이 크게 오른 빅4 회계법인 역시 인력 수급 측면에서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정작 입지가 좁아진 기존 회계사들은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회계사들은 지난해부터 공인회계사증원반대모임을 결성해 서울정부청사에서 여러 차례 시위를 열었으며 한국 청년회계사회는 최근 논평을 통해 “최소선발 예정인원 확대는 스스로의 기득권은 유지하면서 젊은 세대에게만 경쟁을 강요하는 것으로 세대 간의 착취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인회계사 선발 예정인원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다. 4월 열린 세미나에서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새 외부감사법에 대응해 공인회계사 수를 늘리자”고 제안했지만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사 정원 확대보다는 감사 보조인력을 제한된 범위에서 허용하는 게 맞다”며 이견을 내비쳤다. 이를 의식한 듯 금융위는 이날 선발 예정인원 확대를 발표하며 내년 이후에는 인구 통계에 맞춰 채용 인원을 줄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공인회계사자격제도심의위원장인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수험생의 예측 가능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오는 2021년 이후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2022년부터 시험 적령기인 25~29세 인구가 순감소하는 통계가 향후 선발인원 결정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