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영
며느리도 봤응께 욕 좀 그만해야
정히 거시기 해불면 거시기 대신에 꽃을 써야
그까짓 거 뭐 어렵다고, 그랴그랴
아침 묵다 말고 마누라랑 약속을 했잖여
이런 꽃 같은!
이런 꽃나!
꽃까!
꽃 꽃 꽃
반나절도 안 돼서 뭔 꽃들이 그리도 피는지
봐야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저렇게 마누라 말 잘 듣는 양반이 우찌 아들 장가가도록 욕을 입에 달고 살았을까. 천만에, 마누라 말 잘 들어서 이제 바꿨을까. 며느리가 거울인 게야. 수십 년 못 보던 제 버릇 비치니 뜨끔한 거지. 하긴, 마누라 말 잘 들었으면 수염에 서리 앉도록 거시기를 입에 달고 살았을까. 그래도 평생 입에 밴 거시기를 우찌 반나절 만에 꽃으로 바꿨을까. 저 양반 입은 걸어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네. 맘 하나 바꾸니 자꾸만 꽃 피는 세상이 신기한 거라. 말 배우는 아이처럼. 그려, 더러 거시기 하긴 해도 참 꽃 같은 세상일세.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