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무기사장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 일본의 미묘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터키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방콕에서 18일 개막돼 오는 21일까지 계속될 태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D&S 2019)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중국관. 태국군 수뇌부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 고위장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값싼 가격과 파격적인 금융지원, 화교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중국은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탄약류를 생산, 수출하는 국내 방산업체는 최근 700억원 규모의 태국 조병창 현대화 사업 입찰자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실제 수주는 중국 국영 노린코사에 돌아갔다. 태국은 미국산 구형 전차와 장갑차, 새로 구매할 잠수함을 중국에서 사들이는 등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지고 있다.
일본은 부품과 기술 협력 중심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무기수출금지 해제 직후 잠수함과 대형비행정 등 완성품 수출을 추진하다 좌절한 일본은 레이더와 핵심 부품 등으로 방향을 틀었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성 장관은 일본과 기술을 제휴한 태국 방산업체 전시관을 방문,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는 한국관을 고개 돌려 외면하는 인상을 풍기며 지나갔다. 태국 방산업체 관계자는 “제조업 전체가 일본에 크게 의존하는 실정이어서 태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방산 기술 개발도 일본과 협력하는 게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틈새에 끼인 형국이지만 기존 수출품의 성능과 신뢰도, 후속 군수지원에 대한 아시안 국가들의 호평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태국 해군에 호위함을 수출한 대우해양조선은 2번 함 추가 수주를 모색 중이다. 태국 해군은 1번 함의 함명을 국민들이 가장 존경했던 국왕의 이름을 따 ‘푸미폰함’으로 명명하는 등 만족감을 보이고 있어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중국이 수주했던 잠수함 사업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재역전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전시관에는 수출 후보국으로 손꼽히는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방문해 설명을 듣기도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이미 수출된 T-50 초음속 훈련기의 후속 군수지원과 추가 판매, 성능 개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격려차 전시관을 방문한 정경두 국방장관에게 KAI는 “KT-1 훈련기 수출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AI는 태국 시장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그러나 터키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강력하게 등장했다. 터키는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45개 국 가운데 가장 넓은 전시관을 확보,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터키는 태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동부경제지역개발사업(EEC)의 방위산업단지에 자국 현지법인을 대거 진출시켜 태국과 아세안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터키는 공화국 수립 100주년을 맞는 2023년까지 세계 3대 방산수출국가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잠수함과 호위함, 각종 미사일과 차륜형 장갑차는 물론 한국에서 이전받은 기술로 제작한 전차와 자주포, 훈련기에 대한 판매 공세를 펼쳐 나가고 있다.
/방콕=권홍우선임기자·국방부공동취재단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