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0에서 8K TV로 또 한 번 전쟁을 벌인다. 올해 목표였던 대형화가 이미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이번에는 ‘대중화’를 주요 콘셉트로 8K TV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내년 CES를 대비해 8K 핵심 제품 출시를 위한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8K’ 인증을 받기 위해 내년 선보일 신제품들의 화질선명도(CM) 값을 모두 50% 이상으로 상향시켰다. 삼성전자 측은 “내년 CES에 선보이는 제품들에 CM 인증을 붙일지 말지 검토하고 있다”며 “베스트바이·아마존·월마트 등 현지 유통업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CM 값 인증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8K를 주도해온 삼성전자는 지난 9월 IFA 이후 꾸준히 LG전자로부터 CM 값이 10%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CTA의 8K 기준은 CM 값 50% 이상이다.
LG전자가 8K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신제품에 대해 CTA 8K 인증을 받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자 삼성전자도 8K TV의 대중화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자존심 싸움은 잠시 접고 인증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8K 대중화를 위해 이미 8K가 적용된 고가 라인뿐 아니라 하위 라인에도 8K를 적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대형화된 제품을 포함해 8K TV 라인업을 갖춰 CES에 대비하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기존 출시된 롤러블 TV를 포함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LG 외에도 최근 해외 업체들이 8K에 뛰어들면서 CES에서 선보일 전체 8K TV 종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샤프가 세계 최초로 출시하고 삼성(지난해 10월)과 LG전자가 판을 키운 데 이어 지난달 말 TCL이 ‘8K QLED TV’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 업체들이 속속 8K 시장을 노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연내 8K TV 출시를 선언했던 화웨이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TV 패널을 납품 받아 양산 테스트에 들어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실제로 8K OLED TV를 생산해 출시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하이센스도 내년 초께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시장 확대에 힘입어 세계 최대 TV 시장인 북미에서 8K TV의 판매 비중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8K TV의 판매 비중은 올해 25.9%에서 내년 36.3%, 오는 2021년 40.2%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도쿄 올림픽 등 국제적인 이벤트 호재뿐 아니라 5세대(5G)망의 보급 확대 등에 힘입어 8K TV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