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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짐 로저스 앞으로 5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투자 대가' 로저스는 왜 분단국가 한반도에 꽂혔나

■짐 로저스·백우진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1997년·2014년 두차례 방북서

나선경제특구 통한 北개방 확신

남북통일땐 경제대국 부상 기대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손꼽아

'통일 경계하는 나라'엔 日 지목

아베 양적완화 정책 위험 경고도




“내 돈 전부를 북한에 투자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손꼽히는 짐 로저스가 2015년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로저스는 27살인 1969년 소로스와 함께 글로벌 헤지펀드 투자사인 퀀텀펀드를 설립한 인물이다. 10년간 무려 4,200%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보츠와나, 베트남, 베네수엘라 등 숨은 시장을 남들보다 먼저 발견하는 등 독자적인 투자 혜안을 갖고 늘 한발 앞서 움직여왔다. 그런 그가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는 아시아의 동쪽 끝자락 한반도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로저스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를 최고의 투자처로 거론해 왔다. 1997년과 2014년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미, 남북관계 등 한반도의 지정학적 변화에 주목해 온 그다. 그런 로저스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반도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지목한 것은 통일 한국의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는 모든 것이 투자 대상이 된다’는 투자 철학을 가진 로저스에게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투자처가 될 수밖에 없다.

신간 ‘짐 로저스 앞으로 5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는 그가 지난 2015년 밝힌 북한 투자론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향후 10~20년간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나라로 한반도를 지목하고 있다. 투자처로 가장 매력적이라는 의미다. 그 배경에는 남북통일에 대한 강한 확신이 깔려 있다. 그는 “전 세계가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의 땅이라 여기는 한국과 북한을 각각 찾아가 두 눈으로 그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봤고, 결국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로저스가 남북통일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 2014년 방북 당시 ‘나선경제특구’를 둘러보면서부터다. 그가 본 나선경제특구는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 한국에도 전략적 요충지였다. 중국 기업들은 나선경제특구의 나진항을 활용하면 물류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고,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PNG(파이프라인 천연가스) 프로젝트 역시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연장될 수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TKR)가 만나는 길목도 바로 나선경제특구다. 물류와 인적 교류가 잦아지면 머지않아 북한도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닫혀 있던 문을 열게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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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의 북한은 관광·자원·에너지 등에서 막대한 투자가 유입되고 개발이 이뤄질 기회의 땅이다. 비무장지대(DMZ)는 평화·생태 관광지로, 백두산과 금강산, 동해안은 휴양지로 각광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수십 년 간 전 세계에 거의 공개된 적 없는 북한의 모든 자연이 유라시아 대륙을 통과하는 열차와 만날 경우 관광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그는 자신한다.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은 남북이 경제협력을 추진할 때 궁합이 가장 잘 맞는 분야로 꼽고 있다. 경제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북한의 광물·자원은 희토류, 금, 석유 등 43종으로 알려졌다. 한반도를 시작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게 될 철도와 북극 항로의 등장, 북한 땅에 묻혀 있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양질의 노동력은 다음 세기 세계 모든 자본을 끌어들일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처럼 남북의 경제통합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해 8,000만 인구의 통일 한국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가볍게 넘어서는 것은 물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로저스는 내다봤다. 로저스는 일찍이 21세기 아시아에 투자해야 한다며 중국을 필두로 극동지역의 급부상을 예견하는 투자 지형을 그려왔다. 그는 자신이 그린 투자 지형도에서 한반도가 “마지막 퍼즐 같은 존재였다”고 말한다.

한반도의 투자매력을 조망한 책인 만큼 주변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향후 5년 경제 흐름도 다루고 있다. 주변 국가가 가진 경제 문제와 정치적 관계 속에서 한반도 내에 일어난 긍정적인 변화의 불씨를 어떻게 살리고 끝까지 지켜내야 할지 이야기한다. 일본은 ‘경제통합 한반도를 경계하는 나라’로 규정하며 ‘아베노믹스’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일본을 향해 경제 지표의 현실과 지리적 한계를 인정하고,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줄 경제통합 한반도를 대비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로저스는 올 초 일본에서 발간한 책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에서도 한국의 장밋빛 미래를 예측한 바 있다.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미래를 예측한 이 책에서 그는 ‘5년 후 아시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주저 없이 한국을 꼽은 바 있다. 이번 신간은 한반도 통일에 보다 더 확신을 갖고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부산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열차표를 끊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고대하겠다’는 서문의 말처럼 한반도 경제통합이 현실화할 날을 기다려 본다. 1만,70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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