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원로조각가 최만린 "하우스 뮤지엄은 문화의 뿌리 다듬는 일"

나에게서 끝나는게 아니라

대중들 잘몰랐던 예술가들

한 분 한 분 기억하게 하는

공공화 사업 계속 됐으면

최만린 조각가(전 국립현대미술관장)./오승현기자최만린 조각가(전 국립현대미술관장)./오승현기자



“내가 한 일은 크게 없어요. 내 마음에서 나온 것들이 같이 사는 동네를 넘어 동시대 사람들과 교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기쁠 뿐입니다. 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사람들이 크게 관심 갖지 않았던 예술가들, 음악인과 문인들 한 분 한 분을 기억하며 공공화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예술가가 살던 집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바꿔 현재와 소통하게 하는 ‘하우스 뮤지엄’은 유럽 등 해외에서는 활발한 편이다. 파블로 피카소가 살던 집을 미술관으로 꾸민 피카소미술관을 비롯해 폴 세잔의 오래된 집, 클로드 모네의 연못과 정원을 품은 집 등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해 연간 수만명의 발길을 끄는 관광명소가 됐다. 반면 국내에서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성북구는 근대기 문화예술인이 유독 많이 모여 살았던 독특한 배경을 기반으로 예술가의 사적인 공간을 공공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만린미술관의 개관 전 사전행사로 기획된 ‘공공화원(公共化院)’ 전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만해 한용운의 유택인 ‘심우장’을 비롯해 미술사학자였던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의 집 ‘최순우 옛집’과 건축가를 기리는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 조각가 권진규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권진규 아틀리에’ 등 사적인 곳이 공공화되기까지의 과정과 운영상황을 보여준다. 이 중 조각가 권진규(1922~1973)는 최만린 전 국립현대미술관장과도 각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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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작업실에 갔더니 작품 가운데 얼굴 하나 반쪽자리가 놓여 있어요. 그런데 상당히 순수한 감성이 느껴지는 그 감각이 남달라 저도 모르게 ‘이 작품 참 좋네요’ 하고 말았어요. 그랬더니 ‘정말 좋아?’ 몇 번 묻더니 ‘그럼 가져’라고 하시며 떠안기셨어요.”

최만린은 그렇게 자신의 소장품이 된 권진규의 1960년대 ‘두상’도 미술관에 내놓았다. 1층의 수장고에서 전시를 마련한 ‘O 컬렉션’ 전은 작가의 시기별 대표작만 뽑아낸 15점으로 꾸렸다. 넓지 않은 공간에 60년 화업을 압축적으로 넣어 작가와 관객 모두에게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갤러리’가 되는 곳이다.

최 전 관장은 “예산이 넘쳐나고 디자인이 화려한 전시는 아니지만 가장 요체가 되는 뿌리 다듬기의 맥락이라는 측면에서 관련 공무원들께 감사할 일”이라며 “문화분야의 공공화 사업은 앞으로도 잘 다듬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서양조각을 우리나라에 도입한 김복진(1901~1940) 선생이 귀국한 것을 기념으로 따져 내년이 한국 근현대조각 100년의 해”라면서 “이곳 작은 미술관은 자랑하고 과시하는 곳이 아니다. 나의 흔적을 통해 우리 조각사의 한 장(章)을 보여주며 지역사회와 문화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뿌리 같은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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