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반도체 핵심소재인 실리콘웨이퍼 생산 업체 공장을 방문했다.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수출규제 관련 막판 협상을 치열하게 세부 조율하던 시점에서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직접 찾아간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국민들에게 ‘극일’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면서 일본을 향해서는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맞바꾼 수출규제 개선 속도가 더딜 경우 언제라도 강경 대응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천안에 위치한 MEMC코리아의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공장 신설을 축하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MEMC코리아는 대만의 글로벌 웨이퍼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투자기업이다. 해당 기업은 불순물 제거용 고순도 불산을 일본산에서 대만산으로 수입 대체한 ‘극일’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대통령이 외국인투자기업을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공장 준공으로 불화수소 공급처가 다변화하고 실리콘 웨이퍼 자급률도 35%에서 44%로 상승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준공식 축하 연설에서 “지난 4개월 우리 기업과 정부는 핵심소재·부품·장비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국내 생산 확대와 수입 대체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며 “우리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더해 소재·부품·장비의 공급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반도체 제조 강국 대한민국을 아무도 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외국인투자기업도 우리 기업이라는 마음으로 특별히 우대하고 있다”며 “언제나 환영하며 함께 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MEMC코리아의 직원들을 만나 ‘애국심’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다들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애사심보다 애국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하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한일 양국이 지소미아와 수출규제 문제에서 개선책을 마련해보기로 한 점과도 상당 부분 맥락이 통한다.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달리 일본이 취하기로 한 수출규제 문제의 해법은 당장 가시적인 조치가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핵심 소재 기업 방문은 일본에 조속한 개선 움직임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일본의 동향이나 결과를 봐가면서 언제든지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수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중지 결정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