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마켓

경쟁과 기술발전에 지각변동 일어나는 월스트리트

/블룸버그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증권사들의 제 살 깎기 식의 출혈 경쟁에 글로벌 금융 중심지 월스트리트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경쟁에 도태된 증권 관련 업체들은 문을 닫거나 생존을 위해 증권 및 자산운영사들의 통폐합이 이어질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들은 미국 최대 온라인증권사 찰스슈와브가 2위 업체인 TD아메리트레이드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CNBC 등에 따르면 찰스슈와브의 TD아메리트레이드 인수 합의가 이뤄지면 자산규모 총 5조달러(약 5,882조원) 이상의 거대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시가총액은 찰스슈와브가 575억달러, TD 아메리트레이드가 224억달러 수준이다. 찰스슈와브는 TD아메리트레이드 인수를 위해 250억달러를 지불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인수가 성사되면 찰스슈와브의 월터 베팅어 최고경영자(CEO)가 계속 경영을 책임질 것으로 알려졌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메이오 애널리스트는 “찰스슈와브의 TD아메리트레이드 인수가 성공하면 자산관리 분야에서 ‘골리앗’이 탄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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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찰스슈와브 설립자인 찰스 슈와브는 지난달 CNBC에 출연해 “적절한 평가 가치가 이뤄지면 우리는 합병할 것”이라며 인수합병(M&A)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양사의 합병은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공급하는 무료 트레이딩 애플리케이션 확산으로 타격을 받은 두 업체가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찰스 슈와브 등 온라인 증권사들은 수년 간 앞다퉈 거래 수수료를 0%로 인하하는 등 치열한 수수료 경쟁을 해왔다. 찰스 슈와브는 지난 달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수수료를 무료로 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경쟁사인 E-트레이드 파이낸셜도 다음 날 주식과 ETF 거래 수수료를 0%로 인하한다고 발표했고 피델리티도 그 뒤를 이었다.

수년 전부터 온라인 업체들이 수수료를 낮추며 수수료 인하 움직임에 불을 붙였고, JP모간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등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IB) 등은 여기에 동참했다.

여기에 무료 트레이딩 앱을 앞세워 단숨에 600만 고객을 확보한 로빈후드 같은 실리콘밸리 IT 업체들도 등장하자 기존 대형 증권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다. 실제 찰스슈와브는 지난 9월 전체 직원의 3%인 600명을 감원하기로 하는 등 비용감축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난달 처음으로 수수료 없는 상품을 내놓았음에도 수수료 하락에 따른 압박이 커지자 찰스슈와브는 합병에 적극 나섰다는 분석이다.

루이스 베이컨 무어 캐피털 매니저/블룸버그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파급 효과는 증권사 뿐 아니라 헤지펀드 등 주력 펀드에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루이스 베이컨이 30년 만에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반환하고 주력 펀드들을 청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컨은 최근 고객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내면서 자신이 창업한 무어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폐업하지는 않고 본인과 직원 소유 자산 등으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9년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2만5,000 달러를 기반으로 무어 캐피털을 설립한 베이컨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예측해 사업 초기 한 해 무려 86%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투자의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무어 캐피털은 그 뒤에도 연평균 17.6%의 수익을 냈으나 최근 수년간은 부진한 투자 성과를 거듭했다.

특히 올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20% 이상 급등하는 상황에서 3개 주력 펀드가 모두 ‘한 자릿수 초반’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고 베이컨은 털어놨다.

그는 “극심한 경쟁과 고객의 수수료 인하 압박이 사업 모델을 시험대에 오르게 했다”며 수수료 경쟁이 주력 펀드 청산의 원인이 됐음을 시인했다.

베이컨 외에도 최근 들어 헤지펀드 창업자와 매니저들의 은퇴가 잇따르고 있다.

1991년 헤지펀드 오메가 어드바이저스를 창업한 리언 쿠퍼먼은 작년 중반 이 회사를 개인 자산으로 운용하는 패밀리 오피스로 전환하면서 “남은 인생을 S&P500 지수 운용수익과 경쟁하면서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마젤란 펀드를 운용했던 펀드매니저 제프리 비닉도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초 시작한 펀드 상품을 1년 이내에 청산할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산운용업계는 운용 수수료가 싼 ETF의 대두와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의 운용 보수 인하 압력이 헤지펀드 업계 전반에 확산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헤지펀드 창업자와 매니저들이 금융투자 업계에 AI 활용 등 첨단 기술 발전으로 인해 ‘감’과 ‘센스’에 의존하는 기존 펀드 운용 방식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된 점이 이른바 ‘카리스마 펀드’의 청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AI를 사용하는 얼터너티브(대체) 방식을 사용하는 일부 AI 헤지 펀드 수익률이 기존 자산운용사의 주요 헤지펀드 수익률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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