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WHY] ‘요가복의 샤넬’, 룰루레몬은 어떻게 레깅스의 시대를 열었을까?



“안 입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입는 사람은 없다는 마성의 쫀쫀함”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패션업계에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핫템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 ‘레깅스’죠. 신축성 있는 소재로 몸에 꼭 맞는 바지의 일종인 이 옷은 쫄바지, 쫄쫄이라고도 불립니다. 레깅스는 운동복과 평상복의 경계를 허문 패션인 애슬레저룩의 대표 아이템으로도 꼽힙니다. 길을 걷다 보면 레깅스와 조깅화를 신은 채 쇼핑을 하거나 헐렁한 러닝셔츠에 요가팬츠를 입고 카페를 들르는 여성들이 쉽게 눈에 띄죠.

애슬레저룩은 과거 운동복의 대명사였던 ‘츄리닝’과 달리 디자인과 형태가 다양한데다가 활동성이 뛰어나 20~30대 여성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헐리우드 연예인들의 ‘1마일 웨어(1마일 내 생활권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의미로 동네에서 편하게 입는 옷을 뜻함)’로 주목받으며 국내에서도 ‘인싸템’으로 등극했습니다.

관련기사



그런데 사실 레깅스는 몇 년 전만 해도 실내에서 요가 등의 운동을 할 때만 입는 옷으로 여겨졌습니다. 밖에서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죠. “내복만 입고 외출하냐”며 쓴소리를 하는 어르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레깅스의 이미지를 운동복 혹은 추운 겨울 껴입는 내복이라는 편견에서 건강한 여성을 상징하는 옷으로 탈바꿈하게 이끈 기업이 있습니다. 레깅스를 평상복의 대명사인 청바지까지 위협할 정도로 키운 기업, 바로 룰루레몬(Lululemon)입니다.


‘요가복의 샤넬’이라 불리는 룰루레몬은 1998 년 캐나다 출신의 사업가 데니스 칩 윌슨(Dennis Chip Wilson)이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평소 스노보드, 서핑 등을 즐기며 기능성 운동복 판매 사업을 하던 데니스 칩 윌슨은 어느 날 요가 수업에 참여했다가 ‘요가복’이라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얻게 됐죠.


그의 발상은 단순하게 시작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옷을 입고 요가를 한단 말인가”라는 의문이이었죠. 당시 요가복은 면(綿) 소재가 대부분이어서 금세 땀에 젖었고 통기성도 좋지 않아 불편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판매하던 서핑복 내의와 같은 소재로 요가 팬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시작으로 고급 기능성 요가복 개발에 나섰죠.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그는 기존 사업을 접고 룰루레몬을 창업했습니다.

그는 여성들의 체형을 잡아주는 요가복을 완성한 뒤 체험형 매장을 통해 보급했습니다. 룰루레몬 매장에서 요가복, 일명 ‘레깅스’를 한번 입어본 여성들은 세련된 디자인과 기능성에 크게 만족했죠. 만족감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친구들에게 공유하면서 입소문도 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윌슨 창업자도 자신의 취미생활이었던 운동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인지도를 높여갔죠. 그 결과 룰루레몬은 창업 10년 만인 2008년 매출이 3억 5,000만달러(4,097억 4,500만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꾸준히 늘어 10년이 지난 2018년 기준 매출은 딱 10배가 는 32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룰루레몬의 성공 요인으로는 ‘틈새시장 전략’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룰루레몬은 콘도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고 여행과 유행, 운동을 좋아하는 32세 전문직 여성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제품 개발부터 서비스, 마케팅 전략까지 모두 32세 전문직 여성에게 초점을 맞춰 진행했죠. 커리어 등 생활 전반에서 안정감을 찾을 시기인 32세에 경제적 여유가 충분한 전문직 여성이라면 자신만의 패션과 만족을 위해 100달러가 넘는 요가 팬츠라도 기꺼이 살 의향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의 촉은 적중했습니다. 다른 동종 제품에 비해 몇 배가 비쌌는데도 룰루레몬 제품들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렸습니다. 만약 그저 운동복으로써 기능성에만 집중했더라면 우리가 잘 아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에 치여 쥐도새도 모르게 묻혔을 지도 모르죠.



국내에서 애슬레저룩을 유행시킨 첫 단추도 ‘룰루레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룰루레몬은 2016년 아시아 최초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플래그십스토어(브랜드를 극대화한 매장) 형식의 매장을 냈습니다. 이들이 한국에 진출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건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죠.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해 보면, 기존 스포츠 브랜드 매장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쇼룸 매장이 아니라 체험형 공간들이 주를 이루고 있죠. 실제로 매장 내에서 요가 뿐만 아니라 필라테스, 발레, 명상 등 다양한 운동 클래스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룰루레몬은 자신들의 공간에서 사람들이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고 나아가 건강한 삶을 위한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 전략을 내세운 겁니다.



룰루레몬에 이어 국내 레깅스 전문 업체들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2015년 6월에 설립된 국산 브랜드 안다르는 한국인 체형에 맞춘 저렴한 레깅스를 판매해 대중들에게 입지를 다졌습니다. 설립 첫해에 매출 10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연 매출 400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성장했죠. 이 밖에도 젝시믹스·STL·뮬라웨어 같은 국내 브랜드도 2~3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룰루레몬이 애슬레져 열풍의 불씨를 당기긴 했지만 국내 패션업계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 라이프 트렌드의 변화도 한몫했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워라밸 문화의 확산으로 자기계발과 건강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애슬레저’룩은 지지부진한 패션 시장에 ‘심폐소생’을 할 것 같습니다. 실제 2009년 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애슬레저룩 시장은 내년 3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죠. 운동복로써 ‘편안함’과 패션으로써 트랜디를 갖춘 요가복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땀 흘리는 경험을 소비하게 하는 브랜드 ‘룰루레몬’. 앞으로 그의 고공행진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기대되지 않나요?

/정아임인턴기자 star454941@sedaily.com
정아임 기자
star454941@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디지털미디어센터 정아임 기자 star454941@sedaily.com

이기사의 댓글(0)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