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관록의 현대맨' 퇴장…비전2030 '젊은 새 리더'에 바통터치

3분기 영업익 전년比 11% 떨어져

롯데·신세계 두자릿수 성장과 대비

위기감에 젊은리더로 분위기 쇄신

신사업 안착·면세점 확장 이끌듯

유통가 내달 '인사 칼바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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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색채가 짙은 현대백화점이 ‘안정’이 아닌 과감한 ‘변화’를 택한 것은 위기감의 발로로 분석된다. 온라인으로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에서 백화점의 실적 부진이 ‘일회성’이 아닌 ‘장기전’으로 돌입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오는 2020년부터 아웃렛·면세점 등 현대백화점의 신성장동력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나섰다.

◇정통 ‘현대맨’ 체제 끝나나=올해로 6년째 현대백화점을 이끌고 있는 이동호 부회장은 현대백화점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로 만료되면서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렸던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오너 형제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 아래 이 부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도 했다. 이 같은 예측을 뒤엎고 현대백화점은 2020년부터 회사를 이끌 대표 자리에 새 인물을 앉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84년 현대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기획조정본부 경영기획팀장, 기획조정본부 부본부장 등을 거친 ‘기획통’으로 2012년부터 한섬, 리바트, SK네트웍스 패션부문 등의 인수 사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여러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2014년 현대백화점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2017년에는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현대백화점이 시내면세점 입찰에 뛰어들 당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특허권 취득에 일조하기도 했다.

1985년 현대그룹에 입사한 박동운 사장은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장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말에는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세대교체 예고=1950년대생인 두 대표가 모두 퇴진하면서 젊은 수장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보다 젊은 감각의 리더를 앞세워 유통 트렌드를 진두지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1960년대 이상의 인물을 선임하지 않겠느냐”면서 “새 대표의 연령대가 낮아진다면 40대의 젊은 정지선 회장과 함께 합을 맞추기에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외부 인물을 영입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파격 인사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현대의 보수적인 사내 분위기를 고려하면 내부 인사가 승진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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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CEO까지 교체한 배경…‘뉴현대’로=이번 인사의 대외적인 명분은 현대백화점의 비전인 ‘비전2020’에 마침표를 찍고 ‘비전2030’을 이끌 새로운 선장을 찾는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6월 대전 프리미엄아울렛, 같은 해 11월 남양주 프리미엄아울렛과 2021년 1월에는 여의도 파크원 개점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식품몰·패션몰 등 온라인 전문몰을 선보이는 등 신규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면세점 사업의 ‘제2막’을 열기 위한 인적쇄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 대표 체제에서 면세점 사업에 발을 디뎠다면 새 대표는 면세점의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추가 점포의 확장 단계를 책임진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동대문에 위치한 두타면세점에 2호점을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최근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전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현대백화점의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교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최근 3년 새 매출이 상승하면서 외형 성장은 이뤄냈지만 영업이익은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의 올 3·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한 777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같은 기간 두 자릿수 성장하는 데 반해 유일하게 하락세를 찍은 것이다.

◇유통 업계, 12월 인사 칼바람 부나=인사 시즌이 다음달로 가까워지면서 유통 업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기 임원인사를 지난달로 앞당겨 진행한 이마트에서는 6년간 대표를 지낸 이갑수 대표가 물러났다. 그의 뒤를 이을 자리에는 컨설턴트 출신의 첫 외부 인사가 선임되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다음달 인사를 앞둔 롯데그룹에서는 이원준 유통 BU(Business Unit)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롯데쇼핑의 실적 부진을 책임지고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통 BU장 후보군으로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과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이 거론된다.

올해로 7년째 신세계백화점 수장을 맡고 있는 장재영 대표는 올해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공을 인정받으면서 연임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660억원)을 거뒀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리더의 경영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면서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외부 인물을 투입한 사례가 나왔듯이 회사가 강화하고자 하는 방향에 전문성을 가진 후임자가 자리에 앉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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