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첫 단추가 끼워졌으니 이제껏 개발하고도 출시하지 못했던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은 물론 주주사들과 제휴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온라인쇼핑몰·편의점주 대출 같은 신개념 상품도 최대한 빨리 내놓겠습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심성훈(사진) 행장은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혁신금융을 위해 케이뱅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에 발이 묶여 자금난으로 생존 벼랑에 몰렸던 케이뱅크는 최근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첫 문턱을 넘어서면서 기사회생할 기회를 얻었다.
개정안이 다음달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할 경우 케이뱅크는 이르면 연내 유상증자도 가능해진다. 법 개정으로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이 완화되면 KT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 5,0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주도할 수 있다. 심 행장은 “(유상증자를) 목을 빼고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KT를 비롯한 주주사들이 케이뱅크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만큼 20대 국회 회기 내에 정상적으로 법 개정안이 처리되기만 하면 즉각 증자에 착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심 행장은 또 “주요 주주사들도 KT가 리더십을 보여주면 걸맞은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신규 투자자 영입이 아닌 기존 주주 중심의 증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KT의 한 관계자도 “법이 개정된다면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심사를 통과하는 대로 신속히 증자를 처리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케이뱅크는 신규 상품 출시에 대비하며 개점 2년 반 만에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준비에 한창이다. 심 행장은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은 준비한 지 1년 반이 넘었다”며 “주주사인 GS리테일의 편의점 매출·점주 신용도와 같은 특화 데이터를 활용하면 비대면 사업운영자금대출처럼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금융상품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고질적인 자본금 부족으로 그동안 열여섯 차례나 대출을 중단하며 사실상 발목이 묶여 있던 케이뱅크가 자본확충 리스크를 해소하면 내년부터 인터넷은행들의 진검승부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인터넷은행으로서 성장 기틀을 마련한 카카오뱅크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최근 자본금을 케이뱅크(5,051억원)의 3.5배에 달하는 1조8,000억원까지 확충한 카카오뱅크가 IPO에 성공할 경우 몸집은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 여기에 연내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토스뱅크의 참전 가능성도 높다. 하태형 수원대 특임교수는 “차별화된 인터넷은행의 추가 시장 진입은 금융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