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절대강자' 없는 美민주…블룸버그, 경선판 흔들까

대권 도전 공식선언

좌편향 워런에 본선 경쟁력 우위

바이든은 우크라 의혹에 힘빠져

중도성향 '온건한 대안' 노릴듯

내년 3월 경쟁 합류…시간 부족

부자·인종차별 프레임도 부담




블룸버그통신을 소유한 미국의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는 지난 2001년 공화당 후보로 뉴욕시장 선거에 승리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그는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으로 옮겨탔다. 2005년에도 공화당 당적으로 당선된 블룸버그는 2009년 무소속으로 3연임에 성공해 2013년까지 시장을 지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맞붙은 201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결국 나오지 않고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다.

억만장자이자 한때 공화당 소속 뉴욕시장 후보였던 블룸버그가 24일(현지시간)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8일 미 앨라배마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 관리위원회에 오는 2020년 대선 경선 출마 서류를 제출한 데 이은 절차다. 억만장자 신분은 그대로지만 과거 뉴욕시장 선거 시절 공화당과 무소속이었던 당적은 이번 대선 경선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오간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블룸버그는 중도 성향의 정치인이다. 이를 고려하면 좌파냐 중도냐를 두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 민주당 내 ‘빅3’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지금까지는 중도성향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내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며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아들 헌터 바이든이 오르내리며 힘이 빠졌다. 77세의 고령도 걸림돌이다.

빈틈은 좌파 성향의 후보들이 파고들었다. 부유세 신설과 정보기술(IT) 기업 분할, 건강보험 전 국민 적용 등을 공약으로 내건 워런은 지난달 대선 풍향계인 아이오와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바이든 후보를 꺾었다. 억만장자와 싸움을 벌이겠다고 밝힌 샌더스 의원도 부유세 같은 개혁안으로 지지율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좌파 성향 후보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구도가 지나치게 진보적 정책제안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런 경쟁은 대중의 생각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라고 충고한 것에도 이대로는 내년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 중도성향 후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피트 부티지지 사우스벤드시장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는 것도 그가 중도 성향의 백인이기 때문이다. 올해 37세인 부티지지는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를 거쳐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동성애자다. 21일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26%의 지지를 얻어 워런(19%), 샌더스(18%) 상원의원과 바이든(12%) 전 부통령을 제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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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티지지는 유색인종의 지지도가 지나치게 낮다. 시장 재임 초기 첫 흑인 경찰서장을 해임한 것을 포함해 인종차별과 관련한 논란이 많았다. 부티지지는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 여론조사에서 흑인 지지도가 0%로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부분이 백인인 아이오와에서 부티지지가 선전할 수 있지만 역사상 흑인들의 표심을 얻지 못한 사람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지명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기에도 약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기업가 출신이면서 중도인 블룸버그가 주목받고 있다. 순자산만도 580억달러(약 68조3,000억원)인 그는 내년 대선 캠페인에 최소 1억5,000만달러를 지출한다. 이번주에만도 TV 광고에 약 3,300만달러를 쏟아붓는다.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블룸버그는 바이든·부티지지와 경쟁하고 있는 워런과 샌더스의 진보적 의제에 대해 온건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도 약점이 많다. ‘또 다른 부자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이 그를 옥죄고 있다. “돈으로 선거를 살 수 없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뉴욕시장 재직 시절 흑인을 겨냥한 불심검문 강화도 인종차별주의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시간도 부족하다. 뒤늦게 경선에 뛰어든 탓에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를 건너뛰고 ‘슈퍼화요일(3월3일)’ 이후부터 레이스에 참여한다. CNN은 “민주당에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내부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가 미국민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모으지 못한데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적할 뚜렷한 후보가 아직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NYT는 “민주당에 확실한 선두주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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