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하루에만 82조원 인수합병…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씻나

찰스슈와브, 260억달러에

TD아메리트레이드 M&A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 퍼져

"재계 둔화 위기감 해소" 분석

뉴욕증시 3대지수 기록 경신

9월 세계 교역량 1.3% 급감

"회복 시그널 예단 일러" 지적




잇따른 대규모 글로벌 인수합병(M&A) 소식과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에 힘입어 미국 증시가 한주 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하루에만 700억달러(약 82조원) 규모의 M&A 소식을 발표하자 월가에서는 기지개를 켠 ‘대형 M&A붐’이 세계 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은행·주식중개 회사인 찰스슈와브는 이날 온라인증권사인 TD아메리트레이드를 260억달러(약 30조5,89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CNBC는 두 회사가 보유한 고객 자산만도 5조달러가 넘는다며 이번 인수 합의로 거대 증권사가 탄생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두 증권사의 고객은 2,400만명이 넘는다.


전날 프랑스 패션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앤드컴퍼니를 162억달러(약 19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LVMH의 역대 인수 규모 중 최대로, 앞서 티파니가 거절한 주당 120달러의 인수가를 재협상을 통해 주당 135달러로 높인 것이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미국 바이오제약사 더메디신스컴퍼니를 97억달러(약 11조4,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달 초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21억달러(약 2조4,600억원)에 미국 웨어러블 기기 업체인 핏빗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밖에 일본 미쓰비시그룹도 네덜란드 에너지 기업 에네코를 약 45억달러(5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FT와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하루 동안 700억달러 규모의 M&A가 발표됐다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기업 간 대규모 M&A가 다시 활발해진 것은 글로벌 경기성장 둔화에 대한 경영인들의 우려가 줄었음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최근 낙관적인 전망이 확산되면서 기업인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전날 무역협상의 핵심쟁점 가운데 하나인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로 해 경제 전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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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상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다 잇따른 M&A 소식까지 전해지며 25일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기록 경신을 이어갔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8% 오른 2만8,066.47로 마감하며 지난 18일 기록한 전 고점(2만8,036.22)을 깼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75% 상승한 3,133.6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32% 뛴 8,632.49를 각각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또 다른 새로운 기록”이라며 “즐기라!”고 적었다.

다만 최근 M&A 증가 추세만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네덜란드 정책분석국(CPB)이 발표하는 월드트레이드모니터에 따르면 9월 세계 교역량은 1.3%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CPB 모니터는 9월 미국과 중국의 수입이 각각 전월 대비 2.1%, 6.9% 감소한 사실을 지적하며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양국 무역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모든 M&A를 글로벌 경기회복의 신호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미국·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프랑스 르노와의 협상이 불발되자 바로 푸조(PSA)와의 합병 협상을 진행했다. 25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 감소량이 11년 만에 최대라고 발표한 것처럼 세계 제조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시장이 제한된 수요로 척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자상거래 업체 e베이도 최근 아마존·월마트 등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지자 티켓사업 부문인 스텁허브를 스위스 티켓판매 업체인 비아고고엔터테인먼트에 40억5,000만달러(약 4조 7,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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