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걸음마' 국내 특허거래 시장..해외로 가는 中企

서울반도체, 獨 '굿아이피'서

198개 특허 패키지 경매 나서

국내에도 사이트 구축 불구

유효거래 없어 기업들 외면

서울반도체 회사 전경 / 사진제공=서울반도체서울반도체 회사 전경 / 사진제공=서울반도체



1만4,000여개에 달하는 국내외 특허를 보유한 서울반도체가 해외서 특허 경매에 나선다. 걸음마 수준의 국내 특허거래 시장에 실망해 해외로 등을 돌린 것이다. 대대적인 특허거래 시장 육성에 나선 정부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 기업들을 돌려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다.


26일 서울반도체는 독일 지적재산권 플랫폼인 ‘굿아이피’에서 5세대(5G) 송수신 모듈 등에 적용되는 무선주파수 반도체, 스마트 조명 관련 특허 등 총 198개 특허를 두 차례 패키지로 나눠 경매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경매에 나서는 98개 특허패키지는 서울반도체 관계사인 세티가 약 1,200억원을 투자해 연구 개발한 특허가 포함됐다. 세티는 반도체 부품인 질화갈륨을 기반으로 한 고출력 무선주파수와 단파장외선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두 번째 경매에 나서는 100개 특허패키지는 서울반도체가 개발한 스마트폰용 카메라 관련 특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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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를 다수 보유한 서울반도체는 해외에서 경매를 하는 게 희망기업을 찾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우리가 가진 특허를 더 많은 기업과 나누기 위해 다양한 원매자 찾다 보니 독일 ‘굿아이피’를 선택한 것”이라며 “굿아이피는 LED 제품 경험도 있고, 특허가 팔려도 우리가 로열티를 받을 수 있고, 같이 특허를 공유해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특허 경매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허거래 시장이 전무하다시피 해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얘기다.

정부는 특허거래 활성화 등을 지속 추진해 왔다. 특허와 기술을 사고파는 기능을 하는 정부 산하 대표 사이트만 4곳에 달한다.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가 운영하는 국가지식재산거래플랫폼(IP-마켓)이 있다. 이 곳에서는 민간기술과 공공기술 경매도 이뤄진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NTB 기술은행’ 사이트를 운영하고, 기술분야별 거래 시장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설한 ‘미래기술마당’ 사이트에서 담당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은 ‘테크브릿지’를 통해 특허 거래와 지적재산권(IP) 금융을 연계한다. 하지만 이들 4개 사이트는 거래는 발생하고 있지만, 원매자 등의 다양성 확보가 어려워 유효한 거래는 없다는 게 참여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실제 IP-마켓의 거래 건수는 2016년 219건, 2017년 364건, 2018년 438건이다. 정차호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에서는 특허 경매라는 일종의 마케팅을 통해 원매자를 많이 끌어모으고 거래 시장도 활발하다”며 “국내는 아직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는 정도로 평가할 만큼 거래가 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거래가 활발해 지도록 유도하기 보다 기업들이 원하는 기술수요를 파악하는데 그치고 있고, 기업들은 자금난 해결을 위해 특허를 매물로 내놓은 게 아니냐는 선입관 때문에 팔릴 만한 특허를 내놓지 않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국내 특허거래 시장이 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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