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기술적으로 ‘리니지2M’을 따라올 수 있는 게임은 없을 것”이라는 김택진 엔씨소프트(036570) 대표의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었음이 증명됐다. 리니지 지적재산권(IP)에 대한 충성도 높은 3040세대는 물론 여의도 면적의 83배에 달하는 대규모 오픈월드와 뛰어난 그래픽으로 1020세대 마음까지 훔치기에 제격이었다. 중국 게임들이 국내 게임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가운데 ‘리니지2M’을 필두로 토종 게임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이 27일 자정을 기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5일 시작한 사전다운로드만으로 구글과 애플 양대 앱마켓 인기 순위 1위에 올랐고, 약 150명의 개발자가 2년 6개월 동안 매달린 게임답게 사전예약 건수도 738만건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리니지M’을 뛰어넘는 수치로, 리니지 형제간의 혈투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리니지2M은 새로운 게이밍 플랫폼 ‘퍼플’까지 동원했다. 이날 리니지2M과 동시 출시된 퍼플은 모바일과 PC 크로스플레이 지원은 물론 자체 메신저 ‘퍼플톡’과 실시간 스트리밍 기능까지 탑재해 게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했다.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긍정적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2M의 흥행 확률을 높게 판단해 12월 일 평균 매출액을 50억원 예상한다”면서 “엔씨소프트의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각각 49%, 99% 성장한 2조 5,300억원과 1조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국내 게임사들도 이달 신작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게임 순위권에 토종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일 먼저 출시된 넥슨의 ‘V4’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2위와 3위를 왔다 갔다 하며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어 업계에서는 장기흥행 모드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V4는 오는 12월 모바일과 PC 크로스플레이가 가능한 PC버전 출시까지 예고하면서 게임 이용자들의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여기에 라인게임즈의 ‘엑소스 히어로즈’까지 매출 순위 5위에 깜짝 오르며 국내 중견 게임사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1일 출시된 엑소스 히어로즈는 100여명의 개발진이 약 2년간 개발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으로 모바일 MMORPG가 대세인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흥행몰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들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그만큼 중국 게임들이 장악했던 기존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러오고,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