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EUV용 포토레지스트 탓에…삼성 '파운드리 1위' 발목

EUV 공정 日 의존도 높은데

수출규제 장기화에 수급 차질

국산화 어려워 공급망 확보 시급

경기 화성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서울경제DB경기 화성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서울경제DB



오는 2030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계획이 일본의 수출규제 장기화에 덜미가 잡혔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차질을 빚고 있는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PR) 수급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음에도 수출심사우대국 목록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일본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어 수급차질 우려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도체 업체들은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확보하기 위해 벨기에 등으로 수급처를 다양화하고 있지만 불화수소와 달리 국산화가 어려운 대표 소재로 꼽혀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절실하다.

27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반도체 제조용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의존도는 93.2%이며 EUV용 포토레지스트 또한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기업들은 일본의 EUV용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 이후 벨기에산 소재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발 빠르게 대응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벨기에에서 수입한 포토레지스트는 올 3·4분기 459만달러 수준으로 직전 분기(약 25만달러) 대비 20배 가까이 늘었다. 대부분이 EUV용 포토레지스트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이 수출심사 강화 요건으로 내세운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도 없고 수입 자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EUV 공정을 활용한 7나노(1㎚=10억분의1m) 기반 모바일애플리케이션(AP)인 ‘엑시노스9825’ 양산에 나서고 있지만 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2815A12 전세계파운드리시장


문제는 EUV 공정이 본격화되는 몇 년 뒤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체 중 처음으로 EUV를 도입한 만큼 관련 공정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 4월 5나노 파운드리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며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선 바 있으며 내년에는 화성캠퍼스 EUV 전용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또한 EUV 공정 확대를 예상한다. IC인사이츠 보고서에 따르면 10나노 미만 반도체 생산 규모는 올해 웨이퍼 기준 월 105만장에서 2023년에는 월 627만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10나노 미만 반도체 공정 점유율은 5%에서 25%로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수년 뒤 10나노 이하의 노광공정 중 7나노 이하는 EUV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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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공정 확대는 자연스레 EUV용 포토레지스트 사용 확대로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관련 제품 국산화는 수년 뒤에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 일본 외에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금껏 일본 거래선들과 EUV 공정에 투입되는 포토레지스트 최적화 작업을 진행한 만큼 수입선 다변화는 수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생산은 크게 8개의 공정으로 이뤄지며 웨이퍼 투입 후 실제 완성품이 나오기까지는 대략 한두 달 정도 소요돼 각 업체들은 수천 가지의 조건을 적용한 테스트를 통해 최대 수율을 끌어내려 애쓴다. 포토레지스트라는 하나의 변수가 공정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셈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대만의 TSMC로서는 이 같은 상황이 호재다. TSMC는 EUV 공정 도입 자체는 삼성전자보다 늦었지만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를 최근 몇 달 새 싹쓸이하며 틈을 주지 않을 기세다. EUV용 포토레지스트 수급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도 없다.

팹리스 업계에서는 TSMC의 파운드리 독점을 견제해야 한다는 흐름과 종합반도체기업(IDM)이자 스마트폰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진출을 견제해야 한다는 흐름이 엇갈리지만 TSMC로의 쏠림이 심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 3·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연초 대비 2.4%포인트 상승한 50.5%를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0.6%포인트 하락한 18.5%를 기록했다. TSMC는 올 들어 주가 상승률만 40%에 달하며 연내 투자액도 150억달러까지 늘려 격차를 확대할 방침이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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