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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건축문화대상-민간부문 대상] 연희화학공장

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에 선정된 ‘연희화학공장’ 전경. 이 공장은 스마트 팩토리로 ‘숨쉬는 공장’을 표방한다.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에 선정된 ‘연희화학공장’ 전경. 이 공장은 스마트 팩토리로 ‘숨쉬는 공장’을 표방한다.



산업화의 산물, 대량 생산 그 자체인 공장의 미래는 어떠할까? 2019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에 선정된 ‘연희화학공장’은 산업화시대 공장에 대한 새 지평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의 현재와 미래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건축주의 기획적 성취는 물론 설계자의 건축적 완성도, 시공사의 기술력까지 어우러졌다.

화장품 용기를 제조하는 연희화학은 자동화 설비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스마트 팩토리를 의뢰했다. 단순히 자동화 설비를 늘려 작업자 수가 줄고 조금만 개입하면 되는 공장이 아니라 자동화에 따른 여유 시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장을 원했다. 이에 설계자가 내놓은 콘셉트가 바로 ‘숨 쉬는 공장(Breathing Factory)’이었다. 거대한 기계가 딱딱하게 굴러가는 삭막한 공장이 아닌 사람이 중심인 작업 공간 말이다.


새 공장을 위해 찾은 땅이 천안 풍세산업단지다. 북서풍에 따라 생산동은 서쪽에 배치됐고 업무동과 생활 기숙사는 동편에 자리했다. 연희화학공장은 주변 다른 공장과 달리 담장이 없다. 보안상 문제와 함께 넘쳐 들어오는 빗물을 막기 위해 일반적으로 공장은 고립 형태로 짓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공장은 담장 없이 누구나 들어올 수 있고 계단을 통해 건물을 넘어 뒤편 공장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설계를 맡은 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의 김석천 건축사는 “건축주가 처음부터 제대로 스마트팩도리를 만들어서 관심 있는 업체들이 언제든 보고 배워 갈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면서 “담장이나 축대벽을 없애고 대신 단차를 이용해 지하층에는 기계실을 넣어 기능적인 문제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생산동은 가로 120m, 세로 72m의 대공간이다. 공정 분석과 제조 환경 변화, 사업 증대 등을 고려했을 때 설비에 맞춰 짜진 공간은 얼마 쓰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보다는 대공간을 미래 환경에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구성하는 게 중요했다. 넓은 공간을 구획해 금형, 사출, 인쇄, 포장 등의 공정이 구획됐다. 한 예로 향후 3D 프린터 개발로 인해 생산라인과 설비 규모가 변화할 경우, 구획만 바꾸면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워낙 커다란 공간이다 보니 외부로 나가기 위한 물리적 불편함과 심리적 불안감이 우려됐다. 이 문제는 대공간 중간에 에코 샤프트(Eco shaft)를 배치해 해결했다. 구조체 역할을 하면서도 자연채광과 환기도 되고, 내부 공간을 대나무 숲을 조성에 작업자의 쉼터로 활용된다.


업무동과 생활동은 생산동의 커튼월과 마주해 시각적으로 하나의 건물로 느껴진다. 3층은 브릿지로 연결돼 공간적으로도 분리되지 않는다. 브릿지 밑은 일명 ‘연희광장’으로 작업자들이 계단에 걸터앉아 쉴 수 있다. 36개 실로 이뤄진 생활동은 모든 방마다 발코니가 있으며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체력단련실 등이 있어 여유시간을 즐길 수 있게 조성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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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월과 함께 공장에서 잘 쓰지 않는 재료가 눈에 띈다. 바로 벽돌이다. 일반적으로 제한적인 공사비 탓에 샌드위치 패널을 쓰기 마련이지만 건축주는 직접발주를 통해 공사절감을 해서라도 외벽을 벽돌로 붙였다. 과거 김포 공장과 비슷한 재료이기도 하거니와 붉은 벽돌이 공장을 따뜻한 이미지로 만들어준다.

한 가지 더. 건축주가 직접 발주한 부문이 있다. 바로 냉난방 설비시스템이다. 새로 짓는 공장도 대부분 시스템에어컨을 쓰곤 하지만 실내 바람을 줄이고 스마트 팩토리라는 콘셉트에 맞게 구체축열 냉난방과 결로유도형 복사 냉난방패널을 설치했다. 바닥에 깔린 배관에 온수, 냉수를 유입하고 실링팬으로 냉난방을 한다. 배관에 결로 현상은 복사 패널이 끌어들여 처리한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일반 바람보다 쾌적성이 좋다는 평가다.

김 건축사는 “연희화학공장은 변화하는 제조산업과 건축주의 비전에 대응하는 스마트 팩토리가 구현됐다”며 “건축주가 바라듯이 모든 구성원이 연희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같이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연희화학공장은 다른 공장과는 다르게 외벽을 벽돌조로 마감했다.연희화학공장은 다른 공장과는 다르게 외벽을 벽돌조로 마감했다.


연희화학공장은 담장이 없고 지형의 단차를 이용해 1층에 기계실을 배치해 누구나 공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연희화학공장은 담장이 없고 지형의 단차를 이용해 1층에 기계실을 배치해 누구나 공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생산동은 가로 120m, 세로 72m의 대공간으로 중심부에 에코샤프트가 위치한다. 이곳을 통해 자연채광, 환기는 물론 작업자들이 휴식도 취할 수 있다.생산동은 가로 120m, 세로 72m의 대공간으로 중심부에 에코샤프트가 위치한다. 이곳을 통해 자연채광, 환기는 물론 작업자들이 휴식도 취할 수 있다.


생산동과 업무동, 생활동은 3층이 브릿지로 연결돼 있으며 가운데 연희광장이 있지만 커튼월로 인해 하나의 건물로 느껴진다.생산동과 업무동, 생활동은 3층이 브릿지로 연결돼 있으며 가운데 연희광장이 있지만 커튼월로 인해 하나의 건물로 느껴진다.


생활동 실내 모습. 스마트 팩토리 답게 바람이 아닌 구체축열 냉난방과 결로유도형 복사 냉난방패널을 이용해 실내 온도를 조절한다.생활동 실내 모습. 스마트 팩토리 답게 바람이 아닌 구체축열 냉난방과 결로유도형 복사 냉난방패널을 이용해 실내 온도를 조절한다.


작업자들은 쉬는 시간에 연희광장 계단에 나와 쉴 수 있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스마트 팩토리 답게 잘 쉬는 것 또한 권장한다.작업자들은 쉬는 시간에 연희광장 계단에 나와 쉴 수 있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스마트 팩토리 답게 잘 쉬는 것 또한 권장한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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