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당집’은 3개의 마당을 가진, 3대를 위한, 3층짜리 집이다. 주변은 이웃집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서쪽만큼은 작은 동산을 끼고 있다. 이 때문에 작은 둔덕은 집의 배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 작은 언덕과 함께 세마당집은 사계절의 변화를 흡수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도록 설계됐다. 언덕은 사계절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서쪽의 불편한 햇빛을 가려준다. 언덕 또한 이 집의 중요한 일부다.
건축가는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을 집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건물을 대지의 모양에 맞췄다. 동산을 향하는 축과 평행하게 세운 것이다. 집안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시선의 끝은 자연스럽게 동산을 향하게 된다. 여러 개로 나뉜 공간들은 중첩되지만 서로 시야를 간섭하지 않는다. 가장 서쪽, 동산 바로 앞에 배치된 서재는 깊이에 따른 공간의 위계를 만들어 마당의 쓰임새를 높였다. 대지는 동서 방향으로 길게 뻗었는데 이 덕분에 집의 모든 공간이 남향 빛을 받는다. 동산에서 시작된 경사는 대지 길이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두 개의 단을 만들었다. 이는 각 가구를 수직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마당집의 특징인 ‘3개의 마당’은 유연한 의미를 담고 있다. 각 마당은 대문 안 화강석 마당, 게스트룸 앞 마사토 마당, 식당 앞 잔디 마당이다. 아이들을 위한 흙마당, 어른들을 위한 잔디마당, 안주인을 위한 텃밭 마당이기도 하다. 때로는 1층·2층·3층 마당으로 건조하게 구분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마당이기도, 정원이기도, 단순한 통로이기도 하다. 건축가는 의도를 갖고 마당을 구분해놨지만 해석은 사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맡겼다.
1층 중앙 대문을 지나면 가장 먼저 지붕이 있는 사이마당을 마주친다. 마당 양옆으로는 두 개의 현관이 있는데, 이 덕분에 가구 간 개별 동선이 구성되고 자연스럽게 앞마당이 만들어졌다. 오른쪽 현관은 2세대 부부가 사용하는 전용 출입구다. 이 집의 주 출입구인 왼쪽 현관은 1층 게스트룸, 2층의 거실·식당으로 연결된다. 1층은 마당을 중심으로 둘로 나뉘어 있지만 2층은 넓은 플랫폼을 형성하면서 집 전체를 하나의 순환동선으로 엮는다. 1층 게스트룸을 분가한 자식 세대가 사용할 수 있고, 2세대 부부와 3세대 할머니가 각각의 공간을 사용한다. 2층에는 두 개의 거실이 있는데 하나는 할머니가 하루 종일 일과를 보낼 거실이며 다른 하나는 대가족을 위한 공용거실이다.
할머니 방에서 나와 건물의 반대편 끝을 바라보면 초기 계획단계부터 상상했던 가장 인상적이고 풍부한 조망이 펼쳐진다. 두 개의 거실을 관통한 시선은 마당과 서재를 넘어 서쪽 둔덕의 자연으로 이어진다.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돼 있지만, 관입과 중첩을 통해 내·외부의 경계는 모호하다. 신발을 신지 않은 일상의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길이다. 건축을 의뢰한 이 집의 주인은 이 집이 주변과 잘 조화를 이루되 화려하거나 과장되지 않길 바랐다. 그 바람대로 주변 자연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면서 과장스럽지 않지만 풍부함을 품은 집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