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美지상군 다 철수해도 된다니 제정신인가

한미 양국에서 주한미군 철수·감축론이 보도되는 가운데 여권의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주한미군을 감축해도 된다”는 무책임한 주장을 내놓았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정 미국에 돈이 없으면 공군만 좀 남겨놓고 지상군은 다 철수해도 된다”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한 방송에서 “주한미군 5,000~6,000명 감축한다고 대북 군사 억지력에 큰 변화가 오지는 않는다”고 발언했다. 우리 안보의 핵심축인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이처럼 아무렇게나 언급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주한미군 철수는 설사 일부라 하더라도 군사력 약화를 초래해 북한의 오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우리가 광복 이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핵심역할을 해온 버팀목이었다.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생긴다면 이런 기본축이 흔들릴 수 있다. 한미동맹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고립주의와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우선주의, 친중·반일·탈미 대외기조와 맞물려 심각하게 훼손됐다. 더구나 북한은 핵무기 폐기는커녕 통제불가 수준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미국에 도달 가능한 미사일 개발에 혈안이 돼 있다. 주한미군이 빠질 경우 안보도 문제지만 우리 경제가 먼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해외자본 이탈로 금융시장이 붕괴하고 정부와 기업의 해외차입이 어려워져 자칫 제2의 외환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 이는 필리핀이 1991년 격렬한 반미시위로 미군이 철수한 후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빠져나가고 경제가 곤두박질치자 2001년 재주둔을 요청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폴란드도 러시아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20억달러를 들여 기지를 지어주겠다며 미군의 영구주둔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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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가뜩이나 한반도에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불가피하게 방위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오히려 이를 우리의 안보 족쇄를 푸는 계기로 활용해야지 철군 운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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