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마나우스에서 남서쪽으로 460㎞ 떨어진 열대우림에서 장정 4명이 벌목작업을 하고 있었다. 농장을 만들기 위해 땅을 일구던 어느 날 일행 중 한 명이 빛나는 돌조각을 하나 발견했다. 잘 닦아서 보니 금이었다. 주변을 살피던 일행은 금덩이 몇 개를 더 주운 뒤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약속했다. 비밀은 깨지라고 있는 법. 한 명이 술김에 횡재한 사실을 자랑했고 이곳은 곧 금을 캐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가 됐다. 외신이 브라질의 골드러시를 전한 것은 2009년이지만 실제 금 캐기가 성행한 것은 1970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금값은 1971년 미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하면서 치솟아 1970년 1온스에 37달러였던 것이 1980년 850달러까지 올랐다. 금값이 뛰자 많은 금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 열대우림 곳곳에 금 사냥꾼 ‘가림페이루’가 모이기 시작했다. 가림페이루는 포르투갈어로 허가받지 않은 금 채취업자를 뜻한다.
금은 사람을 부르고 가림페이루는 피를 부른다. 2012년 브라질 열대우림에서 행복하게 살던 원주민 야노마미족을 대량 학살한 것도 가림페이루다. 사냥을 마친 야노마미족 전사 3명은 마을로 돌아가다 총소리와 폭발음을 들었다. 도착해보니 마을은 아수라장이 됐고 부족 80여명이 몰살됐다. 가림페이루는 금 채굴에 반대하는 야노마미족과 사사건건 부딪혔고 마침내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 가림페이루는 간단한 장비만 들고 아마존을 헤매고 다닌다. 이들은 금에서 불순물을 걸러내기 위해 독성물질인 수은을 쓴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많은 원주민이 가림페이루가 뿌리고 다닌 수은에 노출돼 희생됐다. 이들은 수은 사용 외에도 질병을 옮기고 성매매를 하는 등 만악의 근원으로 악명이 높다.
야노마미족은 가림페이루의 불법 채광 탓에 보호구역에 사는 원주민이 대량학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서한을 보내 경고했다. 이 서한은 브라질 하원 공청회에서 한 하원의원이 공개했다. 브라질 군경은 지난해 9~11월 3개월간 이곳에서 합동작전을 벌여 가림페이루 1,900여명을 적발해 쫓아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야노마미족이 대량학살 위험에 처해 있을 정도로 문제가 여전한 데는 올 초 취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열대우림 광산 개발 확대와 원주민 보호구역 축소 등의 정책을 밀어붙인 영향이 크다. 아마존의 눈물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한기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