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네오나치에 고민 커진 EU

이탈리아. 신나치 정당 창설 용의자 체포

독일선, 총기 난사에 나치 희생 추모비 훼손되기도

‘나치비상사태’ 결의안 마련 등 대응 나서

예산 문제 등으로 적극 대응 한계 노출

이탈리아 경찰이 신나치 정당을 창설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자택 등에서 압수된 무기와 나치·파시즘 관련 서적들/ANSA 통신 캡처이탈리아 경찰이 신나치 정당을 창설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자택 등에서 압수된 무기와 나치·파시즘 관련 서적들/ANSA 통신 캡처



유럽 국가들이 외국인 혐오 사상을 가진 ‘네오나치’ 세력 확대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강경 대응을 선언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적극적 대응에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ANS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대테러 경찰은 지난 28일 외국인 혐오와 반(反)유대주의 이념을 공식화한 ‘이탈리아 국가사회주의 노동자당’이라는 이름의 신나치 정당을 창설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19명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들이 영국이나 포르투갈, 프랑스 등의 극우 단체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들의 자택에선 나치당을 만든 제2차 세계대전 전범 아돌프 히틀러와 파시즘 창시자인 베니토 무솔리니 관련 서적, 사진 등은 물론 기관총, 소총, 권총, 폭발물, 석궁, 도검 등 각종 무기가 쏟아져나왔다. 이탈리아 당국은 최근 들어 나치·파시즘에 동조하는 극우주의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보고 첩보 수집 및 내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이 신나치 정당을 창설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자택 등에서 압수된 무기와 나치·파시즘 관련 서적들/ANSA 통신 캡처이탈리아 경찰이 신나치 정당을 창설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자택 등에서 압수된 무기와 나치·파시즘 관련 서적들/ANSA 통신 캡처


나치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도 최근 극우주의와 연관된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독지역인 작센안할트 주 할레 시에서는 지난 달 9일 유대교회당 인근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 아마존 게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를 통해 35분간 생중계됐다. 당시 용의자는 홀로코스트를 언급하면서 여성과 이민자에 대한 비하 발언을 했고, 각종 문제가 유대인 탓이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독일 녹색당의 대표적인 정치인인 쳄 외츠데미어는 신(新)나치 조직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으며, 독일 신나치 테러단체인 ‘국가사회주의지하당(NSU)’의 폭력으로 희생된 사람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들이 훼손되는 사건도 발생하기도 했다.


헝가리에선 신나치주의자들이 성소수자와 노숙자 지원 활동으로 잘 알려진 한 진보적 문화 센터를 공격하기도 했다. 수도 부다페스트 제8구에 자리한 어우로러 문화 센터의 아담 쇤베르거 소장은 신나치주의자 50여 명이 입구에 내걸린 무지개 깃발을 찢고 태웠으며, 출입문과 벽면에 나치 구호문을 휘갈겨 썼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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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로러 문화 센터 페이스북 캡처어우로러 문화 센터 페이스북 캡처


네오나치자들의 범죄가 늘어나면서 각국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 시의회는 최근 네오나치를 시 정부 차원에서 경계·단속한다는 내용의 ‘나치 비상사태’ 결의안을 찬성 39대 반대 29로 채택했다.

드레스덴 시는 반(反)무슬림 극우단체인 ‘페기다(PEGIDA)’가 만들어진 곳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극우 집단이 오랫동안 성지 내지는 보루로 여기는 곳이다. 결의안은 “우파 극단주의자들의 탈선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경고와 함께 “드레스덴 시가 나서서 극우 폭력에 따른 희생을 막고 소수자를 보호해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드레스덴에서의 페기다 시위./EPA=연합뉴스드레스덴에서의 페기다 시위./EPA=연합뉴스


최근 전세계 각지에서 기승을 부리는 네오나치들의 성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스트리아 정부도 히틀러 생가를 경찰서로 변경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각국 정부가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과 난민 유입 등으로 인한 갈등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 정부는 2020년 ‘극단주의 퇴치 사회프로그램’ 지원금에서 800만 유로(80억 원)를 삭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EU 정상회담에서 회원국들이 반유대주의 폭력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유럽 내 유대인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베라 요로바 EU 남녀평등위원회 위원은 최근 모든 회원국에 유대인 공동체와 예배당을 보호하는 데 쓸 예산을 확대 책정하라고 촉구했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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