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전체 상장 기업 수는 늘어났지만 기업 당 평균 매출·영업이익은 수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코스닥지수는 4년 전인 2015년 말보다 더 하락한 상태다. 코스닥 시장의 성장 정체는 중소·중견기업의 활력 저하를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수준으로 돌아간 영업이익=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는 2015년 말 기준 1,130개에서 올해 3·4분기 말 기준 1,356개로 20% 늘었다. 그러나 기업당 평균 매출액(개별재무제표 기준)은 2015년 1,119억원에서 2018년1,119억원으로 동일하다. 올해 3·4분기 누적 기업 1개 평균 매출액이 8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연간 평균 매출액은 2015년보다는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평균 영업이익은 2015년 65억원에서 2017년 74억원으로 늘었다가 2018년 62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3·4분기 누적 평균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한 수준인 50억원으로, 2015년 수준을 만회하지 못할 전망이다.
코스닥지수는 2015년 말 682.35에서 2018년 1월 30일 932.01까지 올라 사상 첫 1,000포인트 돌파가 기대됐으나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다. 올해 들어 8월 6일 540.83까지 추락했고 지난 달 29일 종가는 632.992015년 말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악화된 경영환경이 코스닥시장의 주축인 중소·중견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약·바이오 업종 종목에 대한 기대로 상승했으나 해당 종목들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영향”이라며 “새로운 성장산업이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장 동력 떨어뜨리는 코스닥 상장사 규제=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정책이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스톡옵션 행사 시 벤처기업 임직원은 2020년 말까지는 연간 2,000만원 이내에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3년 간 전체 행사 금액이 5억원 이하인 경우 근로소득세는 5년 간 분할 납부할 수 있게 돼 있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정책자금 융자사업을 통해 신용등급 BB 미만의 중소기업에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준다. 코스닥 상장사는 이 같은 벤처·중소기업 정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데 상장사 자격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특례상장기업은 상장 3년 후까지 중소기업 정책자금 융자를 받을 수 있지만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는 데 필요한 기간보다 짧다는 평가다.
기업의 재무 사항을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검토받도록 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포함한 각종 회계 제도가 2018년 말 법 개정으로 강화된 것 역시 부담으로 지적된다.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감사인 인증 수준이 구속력 없는 ‘검토’에서 상장 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감사’로 강화되며 2018년 개별 재무제표 기준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대기업의 올해 감사보고서를 시작으로 2023년에는 전체 상장사에 적용된다.
◇자금조달 여건은 갈수록 악화 = 상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자금 조달의 환경은 악화되는 추세다. 코스닥 시장 유상증자는 올해 3·4분기까지 171건, 발행 금액 1조 5,1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6건, 2조 6,923억원보다 크게 줄었고 올해 연간 규모는 2015년의 259건, 2조 8,226억원보다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전환사채(CB) 발행 역시 올해 3·4분기까지 341건, 3조4,3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7건, 4조 103건보다 줄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시 부진으로 유상증자에 나서도 계획보다 자금 조달 규모가 줄어드는 사례가 많았고 주가 하락도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0위 이내 유망 기업 이탈은 지속되고 있다. 2016년 7월 동서(026960), 2017년 7월 카카오(035720), 2018년 2월 셀트리온(068270)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유망 기업 이탈 역시 코스닥 시장의 위축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벤처·중소기업임에도 상장사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고 대기업과 동일한 기준의 회계 기준을 적용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