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블프 13兆 클릭…오프라인은 6% 줄어

아마존 등 역대 최고 기록 넘어

사이버먼데이도 94억弗 전망

대형百 매출은 25% 급감 쇼크

인지도 낮고 업체들 억지 참여

官주도 '코세페'는 자리 못잡아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뉴저지에 위치한 베스트바이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삼성 TV를 구매하고 있다. 삼성 TV는 북미 시장에서 올 3분기 누계로 금액기준 40.1%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지난 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뉴저지에 위치한 베스트바이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삼성 TV를 구매하고 있다. 삼성 TV는 북미 시장에서 올 3분기 누계로 금액기준 40.1%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미국 소비자들이 지난달 28~29일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이틀 동안 온라인 쇼핑으로만 116억달러(약 13조6,880억원)를 써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추수감사절 이후 첫 토요일과 월요일을 뜻하는 스몰비즈니스토요일과 사이버먼데이를 더하면 미국민들은 이번 쇼핑 연휴에만 인터넷으로 최소 240억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로 4년째인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어도비애널리틱스는 지난달 29일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동안 미국 내 온라인 쇼핑 금액이 지난해보다 약 20% 증가한 74억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블랙프라이데이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1인당 평균 소비액은 168달러였다.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추수감사절에 이뤄진 온라인 쇼핑도 42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4.5% 증가한 것으로 추수감사절 온라인 매출이 4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이 같은 폭풍쇼핑은 앞으로도 이어진다. 온라인 업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세일을 하는 2일(사이버먼데이)의 경우 하루 매출 규모만 94억달러(18.9%)로 추산된다. 중소상공인의 물건을 사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스몰비즈니스토요일(11월30일)까지 합하면 온라인 매출 규모는 더 커진다. 어도비는 추수감사절부터 시작돼 크리스마스까지 한 달 남짓 진행되는 연말 쇼핑시즌에 총 온라인 매출이 1,43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CNBC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인형과 ‘피파 20’ 같은 비디오게임, 애플 에어팟과 삼성전자 TV가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 쇼핑의 급증 뒤에는 탄탄한 미 경제가 있다. 미국은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 수준인데다 꾸준히 임금이 오르고 있다. 3·4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가 기존 속보치 1.9%(연율 기준)에서 2.1%로 0.2%포인트나 올라갔다. 미국은 소비가 실물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기 때문에 소비가 살아나면 ‘기업 매출 증가→고용 확대, 임금 인상’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0215A02 올해 코세페 주요기업 판매량 및 특징 수정1


오프라인 쇼핑 감소도 온라인 매출이 늘어나는 주요 원인이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때 오프라인 매출은 온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컨설팅 업체 쇼퍼트랙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때 오프라인 소매유통 매출은 지난해보다 6.2% 줄었다. 특히 대형백화점이 직격탄을 맞았다. 메이시스와 콜스 등은 매출이 25% 이상 급감했다. 최대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에도 맨해튼의 대표 쇼핑지역인 헤럴드스퀘어조차 과거처럼 붐비지 않았다. 제니퍼 바르타셔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대하는 태도에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20~30대는 복잡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사기보다 온라인 쇼핑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의 소비가 탄탄하고 온라인 판매가 급증해도 그 과실이 전체적으로 퍼지지 못한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차적으로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업체 사이의 온도 차가 크고 온라인도 아마존 같은 특정 업체가 독식하고 있는 탓이다. 연말 쇼핑시즌의 총 온라인 매출 가운데 42%를 아마존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블랙프라이데이는 소매상들의 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의 경제성장과 임금 상승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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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만들겠다며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는 ‘정부 주도’를 벗어나기 위해 업계가 11월1일부터 22일까지 코세페 기간 내에 알아서 세일 행사를 벌이도록 했고 역대 최대인 650여개 기업이 행사에 참여했지만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구매 욕구를 부여하지는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관 주도의 쇼핑 축제에 업체들이 억지춘향식으로 참여하면서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코세페 기간 중 일부 유통업체들이 벌인 행사에 적지 않은 고객이 몰렸다는 점이다. 신세계그룹이 11월2일 전 계열사를 동원해 온·오프라인에서 벌인 ‘대한민국 쓱데이’ 행사는 총 600만명의 고객을 불러들였다. 이날 하루 매출은 지난해 같은 주 토요일 대비 2배 증가한 4,000억원을 넘어섰다. 롯데그룹이 백화점과 마트, 롯데하이마트, 롯데닷컴 등을 망라해 벌인 ‘코리아 블랙페스타’ 행사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e커머스 업체 중에서는 11번가가 벌인 ‘십일절(11월11일)’ 이벤트가 사상 최초로 시간당 판매액 100억원을 넘겼다.

다만 이 같은 개별 행사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코세페 자체에 대한 인지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코세페는 관이 행사를 설계하고 업체를 참여시키는 형태라 소비자들이 낯설어하고 업체는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한국 유통업체의 직매입 비중이 작아 할인 폭이 제한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외국 유통업체들은 자신들의 자금으로 상품을 먼저 구입하고 여기에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직매입 형태가 주류지만 한국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 소유의 상품을 대신 팔아주고 마진을 나눠 갖는 ‘특약매입’이 주된 판매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유통사들이 재고 소진과 현금 확보를 위해 과감한 세일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코세페 외형보다는 소비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주는 상품이 있는지를 주로 챙겨야 코세페를 제대로 된 쇼핑 축제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맹준호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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