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판결인사이드] 권리범위가 넓은 특허는 무효되기도 쉽다

원유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포괄적 권리 행사 가능하지만

선행기술과 겹치는 경우 많아

원유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원유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치아 결손에 따른 치과 치료 방법으로 치과용 임플란트가 널리 시술되고 있다. 국내 치과용 임플란트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5,500억원 수준이다. 인구 고령화와 건강보험적용 확대에 따라 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임플란트 회사들의 기술은 해외 기술 수준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발달한 상태다. 중소기업도 이 시장에 다수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블루오션 시장이다.

최근 임플란트 유망 중소기업인 A사가 개인 특허권자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한 사건이 발생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치과의사 출신인 A사 대표는 1998년부터 임플란트 개발 연구를 계속해 온 사람이다. 그 연구 결과로 혁신적이고 생체친화적인 수술방법과 임플란트를 개발해 생산·판매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A사가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받을 경우 오랜 연구의 결과물인 제품 생산을 중단해야 할 위험에 처해 있었다.

임플란트는 일반적으로 치아의 뿌리 역할을 하는 픽스처(fixture)와 픽스처에 결합돼 영구보철물을 지지하는 어버트먼트(abutment)를 포함한다. 원고가 침해를 주장한 특허는 치조골에 결합된 픽스처의 상측 일부가 잇몸 외부로 돌출되고 것에 특징이 있는 특허다. 원고가 주장하는 특허침해 소송의 근거가 되는 특허를 들여다보면 청구범위가 넓게 기재돼 있어 침해를 피하기가 쉽지 않아 상황이다. A사 대표는 원고가 주장하는 특허를 무효시키는 전략에 집중해 소송 근거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선행 기술을 찾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 분야에 지식이 있어야 했다. A사 대표와 협력해 임플란트 분야에 대한 제반 기술을 파악했다. 해당 기술 분야의 전문 지식을 숙지한 뒤 전문성을 갖춘 팀원과 협력해 특허와 동일한 선행기술 자료를 찾아 특허심판원과 법원에 제출해 특허 무효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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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는 권리범위 해석에 대해 치열한 공방이 이뤄졌다. 특허권자인 상대방은 선행기술 자료에서 픽스처는 잇몸 밖으로 돌출된 높이가 작아서 특허발명의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잇몸 외부로 돌출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선행기술 자료와 특허 청구범위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이다. 그러면서 특허가 무효화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청구범위의 잇몸 외부로 돌출되는 픽스처를 명세서에 기재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구성이어야 한다며 권리범위를 좁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법리적으로 명세서에 의한 제한된 해석을 내릴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지난 7월 특허심판원은 해당 특허가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고 상대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 결과는 그대로 확정됐다. 특허권자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특허침해 소송도 지난 9월 스스로 포기했다. A사가 성공적으로 방어함으로써 국내 유망 중소기업을 특허침해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에서 특허권자는 소송을 제기할 때는 청구범위를 넓게 기재해 권리범위를 널리 확보하고자 했지만 무효 국면에서는 청구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며 스스로 논리에 모순에 빠졌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을 통해 청구범위는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 없으며 권리범위가 넓은 특허는 무효되기도 쉽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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