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休]魚라? 수상한 손짓…겨울바다를 낙찰하다

■포항 죽도어시장

2,500개 점포 경북 동해안권 최대 어시장

어스름 새벽녘, 살오른 수산물 경매 한창

울진·영덕보다 저렴한 제철 '대게'에 군침

도소매 상인에 관광객 몰리며 연중 빽빽

과메기 향따라 구룡포 향하니 덕장 한가득

꽁치·청어 햇빛에 영롱…냉풍건조도 눈길

포항 죽도시장은 평일 평균 1만2,000명, 주말 평균 3만명이 찾고 있는 동해안 최대 규모의 어시장이다. 새벽 경매전경.포항 죽도시장은 평일 평균 1만2,000명, 주말 평균 3만명이 찾고 있는 동해안 최대 규모의 어시장이다. 새벽 경매전경.




죽도어시장에서 대구경매가 이뤄지고 있다.죽도어시장에서 대구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2년 전 포항 취재를 갔을 때 죽도어시장에 들른 적이 있다. 7번 국도를 따라 산과 바다를 여러 차례 누빈 터라 그 당시에도 포항은 구면이었다. 내연산·포항제철 등 내로라하는 명소들은 이미 섭렵했었는데, 죽도어시장은 그때 처음 가봤다. 아, 그때의 놀라움이란. 기자는 동해는 속초에서부터 시작해 포항 바로 위의 영덕 어시장까지, 남해안도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여수, 진도까지 모두 돌아왔었다. 서해안도 목포에서부터 군산·대천을 거쳐 소래까지 다 둘러봤는데 처음 본 죽도어시장의 규모는 전국 어느 곳의 어물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후 한번 날을 잡아, 죽도어시장만 따로 취재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세상일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결심한 지 2년이나 흐른 지난주, 마침내 기자는 포항으로 향했다.

어스름에 도착한 죽도어시장에서 챙긴 안내 브로슈어에는 ‘죽도어시장은 54년 남부상설시장으로 시작, 71년에 포항죽도시장으로 개명했다’며 ‘15만㎡의 부지에 2,500여개 점포가 영업 중인 경북 동해안권 최대 규모의 어시장’이라고 소개돼 있다. 죽도어시장이라는 이름은 세간에서 굳어진 이름으로 현지인들은 대부분 죽도와 시장 사이에 ‘어(魚)’ 자를 끼워 넣을 만큼 수산물로 특화된 시장이다.


시장 번영회 사무실에서 만난 허창호(49) 상가번영회장은 “죽도시장은 주중에는 평균 1만2,000명이 찾고 주말에는 3만명이 다녀간다”며 “정확한 통계는 잡을 수 없지만 거래 규모는 대략 연간 1조3,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의 인구가 50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인 셈이다.

그에게 요즘 어떤 생선이 제철인지 물었더니 바로 “대게와 과메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허 회장의 말처럼 제철을 맞은 대게는 12월이 되면 알과 살이 차기 시작해 가격도 내림세로 돌아서는데 1, 2월이 되면 살이 오르고 맛이 좋은 대게를 맛볼 수 있다.


기자의 경험으로는 대게 값은 울진보다 영덕이 싸고, 영덕보다는 포항이 저렴했다. 그 이유를 허 회장에게 물었더니 “울진은 물동량이 워낙 적어 값이 비쌀 수밖에 없고, 영덕이 대게의 주산지로 알려지면서 상품(上品)은 강구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포항은 상대적으로 도매업소가 많아서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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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회장에 따르면 죽도시장에서 영업 중인 점포는 어물전이 30%, 건어물이 20%, 농산물이 20% 선이고 나머지가 잡화·생필품 등을 취급하고 있다. 손님들도 어물전을 찾는 이들이 가장 많고, 주말에는 손님들 대부분이 관광객이다. 그는 “죽도시장은 전통시장이지만 관광객들이 주 고객인데다 생선을 구매하러 오는 도소매 상인에 일반 소비자들까지 몰리기 때문에 먼바다에 파이프를 설치해 바닷물을 직접 끌어와서 점포에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 구룡포의 특산 과메기. 과메기 덕장은 포항시 장기면·동해면·호미곶면·구룡포읍 등에 산재하지만 이 중 구룡포읍이 과메기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사진제공=포항시청포항 구룡포의 특산 과메기. 과메기 덕장은 포항시 장기면·동해면·호미곶면·구룡포읍 등에 산재하지만 이 중 구룡포읍이 과메기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사진제공=포항시청


죽도시장을 돌아본 후 요즘 제철을 맞은 과메기의 본산 구룡포로 차를 돌렸다. 과메기 덕장은 포항시 관내에서 장기면·동해면·호미곶면·구룡포읍 등에 산재하지만 이 중 구룡포읍이 과메기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포항시청 수산진흥과에 물어보니 과메기 생산량은 지난 2017년에 3,200톤 562억원, 지난해에는 2,550톤 430억원을 기록했단다. 과메기 특구 안에 있는 덕장 230여곳 중 올해 생산하는 덕장은 180곳 정도다. 석찬미 수산진흥과 주무관은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생산량은 주춤하고 있지만 생산·유통 및 더 나아가 판매식당까지 과메기가 창출하는 시장의 전체 규모는 3,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구룡포 일대 덕장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메기를 노천에서 주로 말렸지만, 요즘은 청결하고 위생적인 냉풍건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자연건조는 한 달 이상 걸리는 반면 냉풍건조는 3일이면 제품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과메기를 만드는 재료는 청어와 꽁치 두 가지인데 초기에는 청어가 많았지만, 청어과메기는 꼼꼼한 냄새가 나서 한동안 꽁치과메기에게 자리를 내줬다가 요즘 다시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글·사진(포항)=우현석객원기자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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