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밥보다는 잠?' 아침은 언제부터 사치가 되었나 [썸오리지널스]

현대인 10명 중 4명 '아침 못 먹어'

한국인 수면시간 OECD중 최악…밥보단 '수면' 원해

'여성 사회활동 및 1인가구 증가'로 밥대신 '간편식' 확산




“밥은 먹었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건네는 인사가 있다면 바로 이 말일 겁니다. 그만큼 밥이라는 단어 하나가 담아내는 정서는 따뜻하고 정겹죠.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도 있듯이 밥은 한국인의 삶을 지탱하는 소울푸드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갓 지은 뜨끈한 쌀밥에다 국·김치, 다양한 반찬이 오른 한상차림을 먹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었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차려주는 아침 밥상은 ‘집밥’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일 겁니다. 허겁지겁 교복을 입고 신발을 구겨 신으며 문밖을 나서던 학창 시절, “한 숟갈이라도 먹고 가라”며 한 입 크게 밀어 넣어주시던 흰 쌀밥. 하지만 이런 집밥의 풍경은 최근 빠르게 사라지는 중입니다.



현대인의 10명 중 7명은 아침밥을 못 챙겨 먹고, 챙겨 먹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밥 대신 샌드위치 등의 간편식과 과채주스, 시리얼 등 대용식을 먹고 있거든요. 밥심으로 움직이던 한국, 대체 우리 아침 밥상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밥 대신 잠’ 아침 없는 삶을 사는 현대인들

아침 식탁의 풍경이 변해버린 이유 그 첫 번째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너무나도 빠르게 움직이는 현대 사회를 살다보니 아침 한 끼를 위해 공들여 밥을 지을 시간도, 느긋하게 밥을 먹을 시간도 부족해졌습니다. 실제로 성인 4명 중 1명은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대 청년은 절반 이상인 52.6%가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들 중 92%는 ‘아침밥이 보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침을 챙겨 먹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시간 부족’, ‘잠 부족’ 때문이죠. 실제로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일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학생들은 0교시와 야근자율학습에, 직장인들은 야근과 회식 등으로 늘 시간과 잠에 쫓기면서 아침 식사가 ‘사치’가 돼 버렸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예나 지금이나 식구 중 학생과 직장인은 항상 바빴습니다. 그런데도 아침밥 결식률의 차이가 이토록 커진 이유는 뭘까요.



가족구조의 변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등 ‘사회 구조적 변화’ 때문입니다.

60년대 농경사회에서 80년대 산업사회로 급격하게 변하고, 아이를 적게 낳는 핵가족이 늘어남에 따라 가족 내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과거엔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손자 손녀까지 대가족이 모여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하게 한 상을 차렸다지만, 현대 사회 평균 네 식구가 밥을 먹으면서 9첩 반상을 차리는 건 오히려 경제적 부담이 되는 거죠. 여성의 교육 수준과 경제 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면서 여성의 가사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습니다.



4인 가구 위주의 사회에서 1인 가구 시대로 진행됨에 따라 우리 식탁은 더 간소해졌습니다. 홀로 사는 1인 가구는 지난 10년새 2배나 늘었죠. 혼자 사들 이들은 일일이 식재료를 사서 한 상을 차려 먹는 것보다 외식 혹은 간편 조리식(HMR·Home Meal Replacement)이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간편식=인스턴트’는 옛말…집밥같은 훌륭한 한 끼로 진화한 간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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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한 끼를 때우는 용도로 여겨졌던 ‘간편식’이 손색없는 한 끼 식사 수준으로 진화한 것 역시 아침 식탁 풍경을 바꾼 중요한 이유입니다. 과거 간편식은 건강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의 대명사’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릅니다. 통조림, 햄, 3분 카레 정도이던 간편식 종류도 대폭 늘어났죠. 냉동식품은 물론이거니와 컵밥, 국물 요리, 새벽배송으로 만나는 신선식품, 줄 서서 먹는 맛집 음식까지 간편 신속하게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답니다.

실제 나홀로족이 즐겨 먹는 ‘간편식’의 면면은 상당히 화려해졌답니다. 미슐랭 맛집 요리부터 해외 여행이나 전문점을 통해서만 즐길 수 있었던 현지 음식들도 이제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죠. 또한 명절날 고향에서 먹을 수 있었던 오색 나물 무침, 전 세트, 갈비찜 등도 1인분으로 소포장돼 손쉽게 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 샐러드는 물론 저탄수화물 고단백 도시락, 발효식, 저염식 뿐만 아니라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간편식까지 나오고 있죠.

더군다나 최근의 가정 간편식은 제품 자체 외에도 ‘요리하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해주는 셀프 쿠킹박스, 밀키트 등으로도 출시돼 원재료 손질의 번거로움은 덜고 맛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고 있죠. 이 정도라니 과연 한국인의 동력이던 ‘밥’까지 밀어낼 만하겠죠.



최근에는 외식업계도 아침식사 전쟁에 뛰어들며 우리네 아침 식탁 풍경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중입니다. 아침밥은 집에서 먹는 것이라 여겼지만 이제는 ‘외식’으로 아침밥을 챙겨 먹는 풍경이 그리 낯설지 않죠. 최근에는 유명 패스트푸드나 커피숍, 베이커리 브랜드 등에서도 아침 식사 메뉴를 단장하는데 가장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하네요.

보다 편리하고 저렴하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챙겨 먹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와 포화상태에 이른 식품·외식시장을 좀 더 넓히려는 산업계의 노력은 앞으로도 우리네 식탁 풍경을 바꾸어 놓을 전망입니다. 미래에는 어떤 음식들이 우리 식탁을 꾸밀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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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부터 카페 브런치, 패밀리 레스토랑, 배달 음식까지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우리는 매일 ‘오늘 뭐 먹을지’ 고민합니다. 삼시세끼 먹거리를 고르는 일은 누군가에겐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또 귀찮은 일이기도 하겠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식량이 부족하던 시대에서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로 바뀌는 데 반세기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먹는 것이 곧 ‘생존’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You are What you eat·YAWUE)’이라며 먹는 것 하나에도 큰 의미를 두는 시대로 접어들게 된 거죠. 불과 몇 십 년 사이 우리의 식생활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변했습니다. 특히 언젠가부터 TV와 유튜브 등에서 복붙이라도 한 듯 ‘먹방 콘텐츠’가 쏟아지고 젊은 세대의 시청률도 꾸준히 느는 걸 보면 먹는 것에 대한 현대인들의 새로운 욕구가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보다 훨씬 풍족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갈수록 왜 먹는 것에 더 집착하게 됐을까요? 썸오리지널스는 삼시 세끼에 간식을 더한 ‘아침·점심·저녁·간식’ 네 파트로 나눠 각 끼니별 특성에 따라 시대별로 바뀌어온 라이프 트렌드 전반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정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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